의견은 의견일 뿐, 나 자신이 아니다.

by 청리성 김작가

의견을 물으면, 둘 중 하나다.

자기 의견을 말하거나 타인의 의견을 말한다. 의견을 묻는다는 건 본인의 생각을 확인하고자 함인데, 타인의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누가 그러던데”, “누구는 그렇다는데” 등의 말로 입을 뗀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혹시 모를 비난에서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의견을 들은 사람의 반응은, 누가 말했는지보다, 그 말을 전한 사람에게 보인다. 좋은 피드백이든 안 좋은 피드백이든, 말한 사람에게 하게 된다. 긍정적 피드백이면 좋은 소리를 들어서 좋다. 부정적 피드백이면, 어차피 내가 한 말이 아니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보험을 드는 느낌이랄까?


사람은 타인의 의견에 민감하다.

심한 사람은 타인이 자기가 한 말에 대해 뭐라고 할지 노심초사한다. 여러 사람이 이야기할 때 한마디도 꺼내지 않는 이유는, 의견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기 의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기 생각과 같은 말을 했는데 반응이 좋으면, 나선다. “안 그래도 나도 말하려고 했는데….” 하면서 숟가락을 얹는다. 검증(?)받은 생각이라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야기가 너무 멀리 가서, 한 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한 소리를 들으면 다시 과묵해진다.


인정욕구 때문이다.

매슬로의 욕구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때, 그 이야기를 공감해 주길 바란다. 긍정적 피드백을 주길 바란다. 부정적 피드백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원하는 사람은 있어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솔직하게 말하라고 해서, 솔직하게 말할 때가 있다. 말의 내용은 수긍하지만,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부정적 피드백을 원하긴 해도, 좋아하진 않는다는 신호다.


분리해야 한다.

자기 생각과 자기를 분리해야 한다. 부정적 피드백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 둘을 하나로 여기기 때문이다. 생각이나 의견에 부정적이라는 것인데, 자기를 부정한다고 여긴다. 오래전, 편집 디자이너에게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학회 행사가 있어서, 임원진이 모인 자리에 디자인 시안을 가져갔다. 디자이너도 동석했다. 임원들의 의견이 갈렸는데, 공통점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다는 거였다. 시안을 다시 제출하기로 하고 나왔는데, 디자이너가 씩씩대기 시작했다. 디자인이 뭔지도 모르면서, 막말한다는 거였다.


누구나 그 자리에 있었다면 기분이 나빴을 거다.

자기가 열심히 고민해서 내놓은 결과물에 대해 쉽게 비판하면 누구나 기분이 나쁘기 마련이다. 이야기를 듣는데, 디자이너는 자기 디자인이 아닌, 자기를 비판한 것으로 여긴다는 걸 알았다. 디자인과 자신을 하나로 연결한 결과다. 이 둘을 분리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 자기 생각이 곧 자신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을 분리해야 한다. 분리하지 않으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 겉도는 이야기만 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


말할 때, 타인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긴 하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건네야 한다. 부정적인 말이거나 의견을 반박하는 것이라며 더욱 신중해야 한다. 반면에 듣는 사람은, 이 둘을 분리해서 들어야 한다. 내 생각에 대한 의견이지, 나에 대한 의견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둘을 하나로 여길 때, 판단을 잘못할 가능성이 크다. 부정적 의견을 들을 때, 의견을 나와 하나로 여긴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상상으로든 행동으로든 거리를 두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어야 한다. 손가락으로 튕기는 행동을 한다거나 두 손으로 밀어내는 행동도 좋다. ‘이 말은 의견이지 나를 부정하는 건 아니야!’라고 생각해도 좋다. 타인의 의견을 나 자신으로 받아들이려 할 때, 거리 두기를 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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