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거울

by 청리성 김작가
자신을 올바로 바라보게 하는 것


학창 시절, 극기 훈련이나 수학여행을 갔을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재미있는 일이 참 많이 일어났었는데, 출발할 때부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늦게 오는 친구가 있어서, 출발을 정시에 한 적이 없었다. 휴게소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면, 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처럼,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우리가 머무른 그 시간만큼은, 휴게소가 학교 매점이 되었다. 휴게소에 들렀을 때, 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있는 모습을 보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실내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에 인상 쓰지 않고 웃으면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추억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정해진 일정대로 하루를 보낸다.

일과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면, 그때부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다른 시간은 정해진 대로 잘 따르지만, 취침 시간만큼은 소리 없는 반항을 하게 된다. 불이 꺼지면, 각자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마실 것, 놀 것 그리고 기타 등등. 삼삼오오 모여 풀어놓는 것을 보면서 숨죽인 탄성을 질렀다. 우리만의 축제를 한참 즐기다 보면,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한 명씩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또 다른 활동이 시작된다. 잠든 친구들의 얼굴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는 시간이다. 맞춤형 그림이 하나둘 그려지면, 그때부터는 잠들기 어렵게 된다.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참을 버티다 깜빡 잠이 들어버린다. ‘아차!’ 하고 정신을 차려 보면, 어느새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잠에서 깨어난 친구들은 눈을 뜨자마자, 앞에 있는 친구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트린다.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친구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방을 뒹굴면서 웃어댔다. 자기 얼굴도 망가져 있으면서.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거울을 본다. 그때 자신의 얼굴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냥 웃어넘기는 친구도 있지만, 신경질을 내면서 세면대로 향하는 친구도 있었다.


타인의 얼굴에 그려진 낙서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얼굴에 그려진 낙서는 거울을 봐야 알게 된다. 타인의 얼굴에 그려진 낙서를 보면서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순 없겠지만, 그 순간, 자신의 얼굴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 눈에 비친 타인의 모습을, 거울로 여기는 것이다. 출근길 버스에서 내릴 때, 앞사람의 뒷머리가 눌린 모습을 보면서 웃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뒷머리를 점검해야 하는 것과 같다.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이 많다.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만 모르는 모습을, 타인은 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타인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잘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이 때론, 비참한 모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타인의 모습보다, 자신을 더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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