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마음
악용(惡用)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 ‘나쁘게 쓰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하나의 의미가 더 있다. ‘알맞지 않게 쓰는 것’이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알맞지 않게 썼다는 것은,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말한다. 물건을 만든 것은 쓰일 곳이 있기 때문이고, 제도를 만든 것은 취지가 있어서다. 하지만 그와 맞지 않게, 나쁜 의도로 사용된 것을 말한다.
물건이 알맞지 않게 쓰이는 것에 관한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칼’이다.
요리하는 사람에게 들린 칼은 요리에 유용한 도구이지만, 사람을 헤칠 목적으로 든 칼은 사람을 살해하는 도구가 된다. 같은 칼이지만, 누가 들었고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그 용도가 전혀 다르다.
제도가 악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촉법소년 제도’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부터 만 14세 미만의 나이에,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사람을 말한다. 촉법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해서, 형벌이 아닌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참조: 사회복지학사전) 결과에 대한 의무나 부담을 짊어질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은, 이성(理性) 적 판단을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의도적으로 한 행위가 아닌, 우발적 행동으로 본다. 그래서 선처해 주자는 의도가 크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살펴보면, 이런 의도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님은 물론, 우발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대방이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울지 알고 의도적으로 범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들의 입으로, 자신들은 촉법소년이라고 명명하면서까지 범죄를 저지른다는 뉴스를 접하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법행위를 한 것도 문제지만, 제도를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모습에서, 악랄함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악랄함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본다.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과 개정하자는 주장이 들끓고 있다.
더는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심각성 때문이다. 그로 인해 피해당하는 사람이 동료 친구뿐만 아니라, 노약자에게까지 뻗치고 있다. 사실, 청소년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청소년의 문제가,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를 발생시키는 청소년들이 자라온 환경을 보면 그렇다. 사랑은커녕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 하루하루 공포에 떨며 자라온 아이들이 많이 있다. 그 아이들의 마음속에 쌓여온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분노가, 대물림되듯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쏟아진다. 그렇다고 그들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마음이 혼란스럽다.
폐지하는 것보다, 개정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적용되는 연령대를 지금보다 낮추는 방법이 어떨까 싶다. 신체와 정신의 성숙함이 예전보다 많이 올라온 현재의 나이가 아니라,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나이로 조정하는 거다.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렵고, 의도적이 아닌, 우발적으로 발생될 것 같은 나이를 따져보고 검토해보면 된다고 본다. 어떤 방향이 맞을지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제도가 만들어진 취지를 잘 살펴야 한다. 어린 나이에, 본의 아니게,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을 죄인으로 살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제도를 이용해서 의도적으로 악행을 행하는 것을 두고 봐서도 안 된다. 악용하지 않도록, 다각도로 신중하게 살펴서 개정해야 한다.
악용하는 것은, 도구도 아니고 제도도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그 쓰임과 결과가 달라진다. 어떤 이유와 명분을 갖다 대더라도, 악용해서 본질을 흐리는 것과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이해의 범주에 넣을 수 없다. 범법행위가 아니더라도, 악용하게 만드는 마음을 잘 살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악용하지만,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