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저 받은 몸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 』
마음에 욕심이 자라는 이유는, ‘내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집착’으로 번지게 되고, ‘집착’이 ‘욕심’으로 자라게 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 사람은 맨몸으로 태어났다. 갓 태어난 아기는 그저 울기만 할 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야생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동물보다 약한 모습으로 나온다.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어떤 동물은 어미의 자궁에서 떨어지자마자 뛰듯이 걷기도 한다. 살기 위한 본능이라고, 해설자는 설명한다. 그에 비하면 사람은 정말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로 태어난다.
첫째는 부득이하게 제왕 절개 수술로, 태어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둘째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는 모습을 직접 바라봤다. 수술한 다음 자연 분만하는 것을 ‘브이백(VBAC)’이라고 하는데, 위험한 시도라 종합병원에서만 가능했다.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태어났는데, 아직도 그때의 상황과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오전 8시 정각, 아이가 태어난 그 시각, 병원 스피커에서는 기도 소리가 들렸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기도 소리와 아이의 울음소리가 뒤섞였다. 태어난 아이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간호사는 나에게 가위를 건네줬다. 받아든 가위로 엄마와 아이의 연결고리를 잘랐다. 엄마와 함께한 열 달의 시간을 끝으로, 세상에 홀로서야 한다는 시작을 알렸다. 막내도 자연분만으로 태어났는데, 동네 병원이라 그랬는지, 그때는 태어나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다.
아기가 태어난 모습을 직접 봐서 그런지, 사람에게 ‘소유’란 가당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세상에 나왔고 나와서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다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태어난 환경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얻는 것을 ‘내 것’이라 여기며, 소유하기 시작한다. 소유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관성이 붙어서 그런지,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강하게 든다. 드라마 대사에서도 가끔 언급되는 말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은 다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이것을 집착이라 부르고, 그로 인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을 ‘욕심’이라 부른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몸도 거저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거저 받은 몸이니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거저 받은 몸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기적이라 생각된다.
정진석 추기경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장기기증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고 기증 서약을 한 사람도 많아졌다는 뉴스를 들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뉴스를 들으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은 죽어서 사랑을 남겨야 한다.’ 세상을 떠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은, 사랑의 실천으로 사회에 좋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도 세상을 떠날 때, 크진 않지만 작은 변화의 숨결이라도 불어 넣고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