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공동체임을 확인하고,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
아이를 하나 둘 그리고 셋까지 낳고 키우면서, 언제 크나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처음 갔던 길은 멀게 느껴지지만 되돌아 나오는 길은 짧게 느껴지는 것처럼, 지나왔기 때문에 짧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은 뒤뚱뒤뚱, 걷는지 뛰는지 모를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아이를 보면 가만히 서서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절로 미소 짓게 된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아이를 키우면서 답답해하면, 그때가 그리워질 거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감회가 새롭다.
빨리 성장하기를 바랐던 아이들이 어느 정도 그렇게 되니,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다. 좋은 점은 개인적인 시간이나 부부끼리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아이들끼리 두고 술 한잔하러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특별한 날에는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극장도 가기 어려웠다. 첫째가 태어나서는 생각도 못 했고 둘째가 태어나고 좀 지난 후에야, 갔던 기억이 난다.
첫째가 태어나고 1년 정도 지났을 땐가? 이런 일도 있었다.
아내가 바람 좀 쐬고 싶다는 말에, 큰 맘먹고 장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놀이공원을 갔다. 가는 내내 아이가 보채거나 찾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나서는 외출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는 시간 내내 조마조마했는데 아무 연락이 없었다. 다행이다 싶은 마음에 일단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외출했다는 것과 여유 있게 밥을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내는 너무 기뻐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같이 육아를 한다고는 하지만, 직장 생활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아내보다는 자유로운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기분 좋게 밥을 먹고 놀이공원에 들어갔다.
뭐부터 탈지 들떠있는데, 그때 전화가 울렸다. 설마설마하면서 전화를 받았는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장모님의 전화였다. 웬만하면 전화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도무지 감당이 안 된다고 하시면서 전화를 하셨다며 말끝을 흐리셨다. 허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이가 걱정돼, 서둘러 놀이공원을 나섰다. 안절부절못하며 집으로 달려갔는데, 아이는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었다. 장모님도 민망하셨던지, 지금까지 보채다 방금 잠들었다고 하셨다. 얄미워서 꿀밤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천사처럼 자는 모습에 그럴 순 없었다. 그 모습을 위안 삼아, 놀이공원의 아쉬움은 맥주 한 잔으로 털어버렸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좋지 않은 점은,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함께 밥을 먹거나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가려 해도, 일정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가장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사람은 첫째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더 어려워졌다. 가끔 첫째를 빼고 네 명이 밥을 먹으면 허전한 느낌이 든다. 다섯 명 중의 한 명이 빠졌음에도, 그 자리는 크게 느껴졌다. 둘이나 셋이서 먹는다면 모르겠지만, 한 명이 빠진 네 명이 먹을 때는, 누가 빠져도 그렇게 느껴질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 모두가 모여 식사할 때, ‘완전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렇게 다섯 명이 다 모여야 가족이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야근이나 출장이 많은 직업이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어떻게든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부분이 식사 자리다. 아무리 못 해도, 출장에서 돌아오는 주일 저녁은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갖는다. 그렇게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갖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해서인지, 최소한 일주일에 1~2번은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를 갖는다. 겉으로 표현을 하진 않지만, 아이들도 함께 하는 자리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더 크고 막내까지 바쁜 생활을 하는 시기가 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주일에 1~2번은 아니더라도, 한 달에 1~2번은 함께 모여 식사하는 자리를 갖고 싶은 소망을 가져본다. 그렇게 가족임을 확인하고, 세상 끝 날까지 가족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