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고자 하는 것의 무게와 크기만큼 감당해야, 제대로 얻을 수 있는 것
지방 출장을 다니다 보면, 바닷가가 있는 도시를 갈 때가 있다.
제주나 부산 여수 그리고 강릉이나 속초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일을 마치고 밤에 먼바다를 바라볼 때가 있는데, 유독 불빛이 강한 곳이 보인다. 어두운 밤이라 거리감이 둔해져 판단이 잘 되진 않지만, 가까운 거리가 아닌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도로에 있는 것처럼, 밤바다도 한 치 앞을 구분하기 어려운데 그 불빛만큼은 또렷하게 보인다.
바다에 떠 있는 강한 불빛의 이유를 알아보니, 오징어잡이 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까만 밤바다 한가운데서 강한 불빛을 비추면, 오징어가 불을 보고 달려든다고 한다. 불을 좋아해서인지 불에 어떤 의미가 있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방이 전구에 들러붙는 것처럼 그렇게 모여든다고 한다. 그렇게 모여든 오징어는 그물에 걸리게 되고, 어부들은 그물에 걸려든 오징어를 잡기 위해 그물을 힘차게 끌어올린다.
오징어를 잡기 위해 바다를 환하게 비추는 불빛을 보고,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불빛은 오징어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다.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불빛은 아름답지만, 그곳은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과 잡히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오징어의 전쟁터라고 볼 수 있다. 오징어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불빛을 보고 달려왔던 자신을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오징어들 사이에서, 불빛을 보더라도 절대 달려들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능을 참지 못하고, 망각하게 된다. 잡히고 난 다음에야 정신을 차리고, 그 불빛의 이유를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
사람은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빠르게 달려가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면서 걸어가는 사람도 있다. 중간에 경로를 변경하기도 하고, 잠시 멈췄다 다시 가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실과 바늘처럼 반드시 따라다니는 게 있다. 다양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지만, 가장 적합한 단어는, ‘대가’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가는 해야 할 것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참는 거라 볼 수 있다.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이 같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원하는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더 자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운동해야 한다. 그렇게 대가를 치렀을 때, 원하는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대가를 치르는 것은 주섬주섬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럴 때 선택하는 것이, 오징어가 불빛을 쫓아가는 것과 같은 선택이다.
원하는 것에 너무 몰두하면, 대가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가볍게 생각하고 쉽게 생각한다. 막상 그 대가를 치르려고 하면 막막해진다. 대가를 치르고 싶은 생각은 없고,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욕망은 더 강해진다. 강해진 욕망에 치우쳐 고개를 돌려보면, 쉽고 편해 보이는 미끼가 기다리고 있다. 욕망에 가득 차 있으면, 미끼로 보이지 않고 또 다른 대안으로 보인다. 그렇게 미끼를 문다. 지금 있는 곳이 바닷속이 아니라 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
원하는 것이 크다면, 치러야 할 대가도 크다.
대가는 적은데 얻을 수 있는 게 큰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게 있다면 이미 사람들이 다 차지해서 남아있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것을 얻기 위해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그리고 그럴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