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잘 못 들어섰더라도 되돌아올 수 있는 나의 뿌리
스포츠에서 결과를 내는 건 기술이지만, 기술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건 체력이다.
기술이전에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가지고 있는 기술을 써보지도 못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결정적인 순간에 발휘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 부분을 가장 강조했고 결과로 보여준 사람이,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궈낸, 히딩크 감독이다.
평가전에서 ‘오대영’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얻고도, 히딩크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는 월드컵이지, 평가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우리나라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사람을 모아놓고, 기초체력 위주로 훈련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큰 우려 속에 뚜껑이 열렸고,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상상 이상의 결과를 보여줬다. ‘우승?’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정도였으니까.
시야가 좁거나 생각이 짧으면, 당장 앞에 있는 것만 보거나 떠올리게 된다.
나무의 잎이 썩어 들어갈 때, 썩은 나뭇잎만 잘라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넓게 그리고 깊게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잎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뿌리까지 내려갈 수 있다. 뿌리를 내리고 있는 흙의 상태를 확인해볼 수 있고, 수분이나 영양공급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라 표현한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결과가 나오는 시작 부분을, ‘근본(根本)’이라 표현한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뿌리라는 말이다. 나뭇잎의 상태를 결정하는 시작이 뿌리인 것처럼, 모든 문제와 결과에는 뿌리라는 시작이 있다. 그 뿌리를 명확하게 인지하면, 세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의연하다는 것은, 좋은 결과를 낸다는 말이 아니라, 어떤 결과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덤덤하게.
<내가 단단해지는 새벽 공부 천년의 내공>에, 논어의 한 문장이 인용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당하지 않고, 어진 이는 근심하지 않고, 용감한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 내용을 이렇게 풀어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일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세상을 보는 폭넓은 지혜(知),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올바른 인간관계를 만들어 주는 사랑(仁), 그리고 어떤 위기 앞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담대한 용기(勇). 이 세 가지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도 갖추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라고 말이다. 내공을 갖추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라 생각된다.
내가 세상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지금.
나의 뿌리는 어디를 향하고 있으며 그 뿌리의 상태는 어떠한지 점검해봐야 한다. ‘그냥 되는 대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쩌다 한 번이지, 근본적으로 그래서는 곤란하다. 항상 긴장하면서 살아갈 순 없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고민해 보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