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아닌, 누구의 마음에 담겨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존재감
영화 ‘신세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2013년도에 나온 영화지만, 아직도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사가 패러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은, 한 장면에 나오는 대사를 거의 외우다시피 하기도 한다. 필자도 우연히 본 것까지 합치면, 대략 10번 정도는 봤다. 이 영화를, 다양한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필자는 ‘소속’이라는 키워드로, 그 의미를 풀어봤다.
영화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된 줄기는, ‘이자성’이라는 인물이다.
원래 경찰이지만, 작전을 위해 범죄조직에 투입된다. 속은 경찰이지만, 겉은 범죄 조직원으로 행세한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직에 머물면서, 조직의 실세인 ‘정청’이라는 인물의 오른팔이 된다. 단순한 조직원이 아닌, 그 이상의 마음을 얻는다. 친근하게 부르는 “부라더”라는 표현을 통해, 그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정청’은 ‘이자성’이 경찰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인했음에도, 자신이 죽어가면서까지, 그 사실을 묻어준다.
‘이자성’은 ‘정청’이 자신의 신분을 알고도 숨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음을 결정한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이 아닌, 어디에 소속할지 결정한다. 그렇게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는 경찰 간부들을 처리하고, 범죄조직의 수장으로 올라선다. 이 흐름을, 옷 색상으로, 은연중에 표현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주인공 ‘이자성’의 슈트 색상이 처음에는 회색빛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검은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중간자가 아닌, 범죄조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해석이다.
‘이자성’의 소속은 어디라고 해야 맞을까?
원래 경찰이었고, 작전이라는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범죄조직에 투입되었으니, 경찰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이 경찰이라는 서류를 모두 불태우고, 범죄조직의 수장이 되었으니 범죄 조직원이라고 해야 할까? 슈트의 색깔이 바뀐 것처럼, 처음에는 경찰이었고 마지막은 범죄 조직원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어느 것이 답이라고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정청’이 ‘이자성’을, 친동생처럼 생각한 마음이다.
그 마음은 ‘이자성’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사실을 알고, 더 강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병실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자신이 죽으면서까지, ‘이자성’을 걱정하는 모습에서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자성’도 여기서 처음으로, ‘정청’을 진심으로, 형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소속이라고 하면,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말하게 된다.
하지만 소속이라는 의미를 조금 더 넓게 생각해 보면, 어디에 있는지보다, 누구의 마음에 들어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 누구 편이야?’라고 할 때, 말하는 편은, 내 마음에 들어있는 사람이다. 같은 곳에 있어도 마음에 담겨 있지 않은 사람은, 같은 소속이라 말하기 어렵다. 다른 곳에 있어도, 마음에 담겨 있으면 같은 소속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