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회색이 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의 확장과 지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요즘 언론에서 다양한 이슈가 보도되고 있다. 이슈를 중심으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상반된 의견이 쏟아진다. 한쪽 말을 들으면,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 다른 한쪽 말을 들으면, 그 또한 수긍이 간다. 전문가적인 식견이 없는 일반 사람들이 손을 드는 쪽은 대부분, 자신이 더 많이 접했던 의견이다. 같은 용도의 제품이라면, 더 많은 광고를 접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생각하면서 선택하기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기도 한다.
얼마 전에,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강연이라기보다, 관련 전문가들이 나와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주년을 맞아, 옥스퍼드 대학 명예교수인 ‘웨이드 앨리슨’이 저술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라 책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온라인의 장점을 살려, 저자가 직접 화면에 나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핵심은, 방사선이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의견이라 놀랐다.
방사능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주장이다.
과학적으로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데, 잘못 처리된 사건의 단면을 보고,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였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대로 된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듣는 동안, 사실 약간 혼란스러웠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들었으니까.
가장 논란이 됐던, 백신에 대한 갑론을박이 떠올랐다.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명확하게 단정 짓기 어렵다. 원전과 백신 모두, 어느 한쪽이 진실이고 어느 쪽이 거짓이라,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세상에는 100% 장점만 있는 것도, 100% 단점만 있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공존하면서, 때로는 장점이 때로는 단점이 두드러지게 된다. 양 갈래로 나뉘는 이유는, 한쪽은 장점만 한쪽은 단점만 바라보고 주장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뜨겁거나 차가운 것보다, 미지근한 게 제일 나쁘다.’라고 말을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비난하는 말이다. 모든 것을 이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선택은 포기의 또 다른 말이라고는 하지만, 원전이나 백신처럼 사람의 생명이 걸려있고 장기간 고민해야 할 부분은 논의를 통해 최선의 방향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양단으로 갈리고 극으로 치닫는 의견과 보도는,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과 공포로 안내할 뿐이다.
오래된, 비빔면 광고가 떠오른다.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를 노래할 때, 두 손으로 비벼도 된다는 한 마디가 참 의미 있게 다가왔다. 우문현답 같은 거다. 왼손으로 비벼야 한다는 법도 오른손으로 비벼야 한다는 법도 없다. 두 손으로 비벼도 된다는, 생각의 확장과 지혜를 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