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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적금

by 청리성 김작가
『빠져나가서 없어지는 것 같지만, 어딘가에 차곡차곡 잘 쌓이고 있는 나의 가치』


카카오뱅크에 재미있는 적금 방식이 있다.

매일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저금하는 방식이다. 천 원단위로 할 수 있는데, 지금은 5천 원으로 설정해서 하고 있다. 예전에도 두 번 정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방식이 좋은 점은 무리 되지 않는 금액으로 저금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매일 5천 원이면, 한 달이면 15만 원이다. 만약 매달 15만 원의 적금을 들라고 했으면, 부담스러워서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이 적금의 또 다른 장점은, 선물 받은 느낌이 든다는 사실이다.

신경 쓰지 않고 빠져나가는 대로 두고 있다, 문득 생각나서 금액을 확인하면 좀 놀랄 때가 있다. 5천 원이라고 하면 그리 큰돈은 아닌데, 어느 순간 제법 큰돈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쪽이 든든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의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매일 얼마가 쌓이고 있는지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의식하면서 쌓여가는 금액을 확인했다면 어땠을까?

더디게 모이는 금액에 답답해하면서 중간에 해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 마나 한 것으로 생각하고, 차라리 매월 얼마의 금액으로 적금을 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매월 적금을 들더라도 오래 지나지 않아, 해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목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100원을 넣으면 100원어치 상품이 나오는 자판기는 있어도, 1,000원어치 상품이 나오는 자판기는 없다.


내가 하는 작은 행동, 그중에 좋은 행동도 이 적금과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눈에 띄지 않아 남들이 의식하고 인정해 주지 않아도, 하늘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것은, 매일 적은 금액이 쌓이는 것을 보고 답답해하는 것과 같다. 의식하고 확인할수록 내 마음만 더 불편하다. 쌓여가는 금액에 감사한 마음도 갖지 못하게 된다.

지금 당장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적금을 깨는 사람과 같다.

나중은 모르겠고 일단 내 손에 쥐어져야 속이 시원한 사람은 적금을 깨게 된다. 그러면 내 통장에 고스란히 그 금액이 들어온다. 하지만 크지 않은 그 금액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마음도 그리 편하지 않다. 내가 원해서 해지했지만,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매일 통장에서 빠져나가 쌓여가는 적금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나의 작은 선행이다. 적금에 쌓여가는 돈은 내 작은 선행에 대한 가치다. 내 작은 선행이 마냥 빠져나가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그 가치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판단하고, 해야 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적금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자가 붙어서 나에게 돌아온다. 그날과 시간을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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