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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열매

by 청리성 김작가
『씨 뿌리는 노력과 여무는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가 합쳐져 만드는 결과』


우리 집 작은 화분에서는 강낭콩이 자라고 있다.

막내가 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다며, 집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관심을 가지고 물을 뿌려주니 며칠 지나지 않아, 흙만 있던 화분에서 초록색 줄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강낭콩 옆구리에서 삐져나온 것으로 생각되는 줄기는, 점점 위로 뻗어가고 있다. 중간중간에 줄기가 갈라져 잎도 펼치고 있다. 중심 줄기가 혼자 버티기 어려웠는지 바닥으로 고개를 숙여, 얇은 나무를 덧대어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줄기는 나무에 의지해서 다시 힘을 내는지, 줄기를 위로 뻗고 있다. 언제까지 자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다.


강낭콩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식물을 키우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라는 사실이다.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과 기다리는 인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씨를 흙에 심는 것과 물을 주는 것이다. 볕이 잘 들고 바람을 선선하게 맞을 수 있는 곳에 두는 것도,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지켜봐야 한다. 빨리 자라는 모습이 보고 싶다고 줄기를 당겨봐야, 자라기는커녕 뽑혀서 죽게 된다.


인내에 대한 중요성은, 어릴 때 접했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이 동화를 통해 알려주려는 주된 메시지는 ‘탐욕’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 속을 가르면 더 많은 황금을 얻을 수 있다는 욕심으로 배를 갈랐지만, 황금은 없었다. 후회해봤자, 거위는 이미 죽었고 더는 황금알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았으면, 최소 1번 이상은 황금알을 더 얻을 수 있었다. ‘인내’라는 키워드와 연결되는 이유다.


탐욕이 불러오는 합병증 중 하나는, 기다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탐욕이 커질수록 기다리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거래처 담당자들의 하소연 중에 하나도 이와 비슷하다. 마케팅 활동을 하면 그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결과를 닦달하는 윗분들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공격적인 활동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니, 중간 정도에서 숨어 있으려 한다. 조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탐욕과 인내는 반비례 관계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인내가 커질수록 탐욕은 줄어든다.’ 기다리는 노력이 욕심을 줄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모든 것에 적용할 순 없지만,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적용해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식물이 자라는 것이 그렇고, 책을 내는 것이 그렇다. 첫 책을 출간하고 두 번째 출간이 순조롭지 않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커지면, 기다리는 게 힘들어진다.

글은 나를 중심에 두고 쓰지만, 책은 독자를 중심에 두고 써야 한다. 팔려야 하기 때문이다. 글이 모두 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하다. 더 좋은 열매를 맺는 데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성장하면서 기다리는 시간 말이다.


원하는 결과가 생각보다 늦다는 생각이 들면, 기다림의 시간이라 여겨야 한다.

마음이 조급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에 집중하면서 기다릴 필요가 있다. 아직 열매가 맺을 때가 아닐 수 있고, 더 풍성한 열매를 맺는 데 필요한 시간일 수 있다. 기다림의 시간을 잘 견뎌야 탐욕에 빠지지 않을 수 있고, 그릇된 판단을 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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