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던지지 않고 움켜쥐고 있을 때, 변질하는 마음』
중간 관리자 정도의 위치가 되면, 갈등이 일어나는 지점이 있다.
내가 해야 할 업무와 후임에게 지시해야 할 업무를 잘 구분하고 그렇게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잘 안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본인이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와 후임을 믿지 못하는 것으로 크게 구분된다. 본인이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는 자신의 선임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시행착오를 거쳐 서서히 다듬어 가면 된다. 문제는 후자의 경우다. 믿지 못하는 마음인 ‘불신’은, ‘불안’에서 온다.
불안의 첫 번째 단계는, “그냥 내가 하는 게 편하지!”라고 생각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하면 1시간이면 될 것을 후임에게 지시하면 2~3시간이 걸린다. 능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업무역량에 차이가 나니 당연한 결과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기다리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켰다가 자신이 다시 가져오거나 아예 시키지 않고 자신이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투덜댄다.
“일이 너무 많아!”
조급한 마음에 자신이 해야 할 업무와 지시해야 할 업무까지 떠안고 있으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후임이 생겼는데 오히려 업무가 더 많아졌다고 느껴지면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알아두어야 할 것은, 후임이 잘못한 일은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불안의 다음 단계는, 시켜보지도 않고 “네가 어떻게 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다.
처음부터 했던 사람은 없는데, 처음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내가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할 수 없다고 단정 짓는다. 대세에 크게 지장을 주거나 내 선에서 수습할 수 없는 문제라면 신중하게 고민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믿고 맡길 필요가 있다. 믿고 맡기지 않으면 자신이 계속 그 일을 해야한다.
지난달 금요일, 제주로 출장을 갔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진행되는 심포지엄이면 실무자들은 세팅과 준비를 위해 금요일에 이동하지만, 나는 토요일에 이동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요일에 이동했다. 이유는 운전 때문이었다. 렌터카로 이동해야 하는데, 제주 출장 담당자 둘이 운전 초보였다. 운전면허가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다. 동승자 중에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상태로 보내는 건 너무 불안했다.
제주 시내에서 서귀포까지 내가 운전을 해서 이동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공항에 사람들로 북적했었는데, 도로에는 차들로 복잡했다. 공사 중인 곳은, 내비게이션과 다른 동선이라, 급하게 핸들을 꺾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런 상황과 마주치면서 ‘내가 오길 잘했네’라는 생각을 했고, 직원들도 자신들이 했으면 오밤중에 도착했을 거라며 내 선택을 지지해 주었다.
세팅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숙소와는 조금 떨어진 지점이었다. 제주 출장을 오면 자주 가는 고깃집이다. 고기를 먹으며 반주를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어색한 일이었기에, 한잔하게 되었다. 가까운 거리니, 술을 마시지 않는 직원이 운전하면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이동을 하는데, 사실 불안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앞차와의 거리감도 없어서 몇 번을 앞뒤로 왔다 갔다 했다.
도로에 진입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괜찮았다.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모습은 있지만, 나름 괜찮게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 출장을 위해 지난 2주 동안 연수도 받았다고 한다. 제주에 이들끼리 왔으면 길을 조금 헤매거나 조금 늦게 도착했을 수는 있지만, 오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믿음을 주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믿고 맡기면 알아서 할 텐데 그러지 못했다. 정 못할 거 같으며 도움을 요청했을 텐데, 내가 오지랖이 넓었다. 믿지 못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안전이 걱정된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출발 전에는 잊고 있던, 초보 운전자들의 교통사고율이 더 적다는 통계도 떠올랐다. 이들이 오히려 더 안전하게 운전하고 왔을 가능성도 크다는 말이다. 믿음의 결과는 상대방이 보여주는 거지만, 내가 먼저 믿음을 주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