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공감

by 청리성 김작가
『용서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마음』


팔리는 브랜드의 필수 요소는, ‘스토리’다.

최근 브랜드 관련 책이나 강연을 들으면 빠짐없이 나오고 강조되는 부분이다. 기술력이나 기타 여러 요소는 이미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에 올라왔기 때문에,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는 스토리라는 말이다. 공감한다. 브랜드나 제품뿐만 아니라, 메시지도 스토리가 입혀져야 더 잘 전달된다. 그래서 글을 쓸 때, 경험한 스토리를 포함, 다양한 스토리를 수집하기 위해 안테나를 곤두세운다.

스토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꼽으면, 류시화 시인이 있다.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고 영적 스승이라 불리는 분들의 책을 다수 번역해왔다. 오래전에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한동안 잊고 지내다, 최근에 한 권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라는 제목의 인도 우화집이다. 작가의 말에서, 자신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가가 아니라, 이야기를 모으는 작가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책도 그중에 한 권이라 볼 수 있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지는 않지만, 눈과 머리에서 가슴으로 바로 내리꽂히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가 있다. ‘용서’라는 제목의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주인공 ‘라마’의 이야기다.

라마는 왕위를 계승 받으려던 찰나, 아버지의 셋째 부인 ‘카이케이’의 이기심으로 밀림으로 쫓겨나 생활하게 된다. 밀림에는 아내 ‘시타’와 충성스러운 동생 ‘락슈만’이 따랐다. 밀림에서 생활한 지 몇 년째 되던 어느 날, 몸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사슴 한 마리를 발견한다. 사슴의 아름다움에 빠진 시타는 라마와 락슈만에게 사슴을 잡아달라고 청한다. 라마와 락슈만은, 자신들을 제거하려는, 악마가 변장한 모습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계속 애원하는 시타를 설득하기란 불가능했다.

라마는 락슈만에게, 시타를 잘 지키라고 이르고 사슴을 잡기 위해 달려갔다.

잠시 후 숲속에서 “시타! 나를 구해 줘!”, “락슈만, 얼른 나를 도와줘!”라고 외치는 소리가 순서대로 울려 퍼졌다. 둘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시타는 락슈만에게 얼른 가서 라마를 도와주라고 했지만, 락슈만은 형이 무사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시타는 공황 상태까지 이르며, 라마를 도와주라고 청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위험에 처했다는 생각만으로, 그녀를 공포 깊숙이 밀어 넣기에 충분했다.

락슈만은, 형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임무는 형수인 시타를 보호하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시타는 안절부절못하며, 자신이 연장자이자 왕비임을 강조하며 거듭 명령을 내린다. 잠시 후 “도와줘, 제발! 누구 없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시타는 흥분해서 비명을 지르며, 락슈만에게, 라마가 제거되면 당신이 왕국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냐며 폭언을 퍼붓는다. 시타 자신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락슈만을 움직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말했다.

락슈만은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슬픔에 잠겼다.

평생을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희생한 사람에게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락슈만은 형수 둘레에 원을 긋고 절대 금을 넘지 말라고 당부한다. 짐승이든 악마든 누구든 넘어오면 즉시 목숨을 잃는 강력한 선이었다. 락슈만은 형을 찾아 숲으로 달려갔다. 홀로 남겨진 시타는 탁발 수도승으로 변장한 악마에게 보시하려 다가가다 금을 넘게 되고 납치를 당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영적 교사 가우르 고팔 다스는 ‘용서’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에서 우리는 시타역을 하기도 하고 락슈만 역을 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화살을 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화살을 맞기도 한다. 시타의 말은 사실이 아니지만 매우 몰지각한 행위였다. 하지만 그 상황을 돌아보면 왜 그랬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감정 때문에 이성이 흐려지게 된다. 그러면 무슨 말이든 내뱉는다.

화가 날 때 내뱉은 한 마디로 천 번의 후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된다.

극심한 고통에 빠져있을 때, 마음은 미친 듯이 날뛰게 된다. 따라서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면, 상황 너머를 보며 이렇게 생각하라고 고팔 다스는 권한다. “얼마나 고통이 심하면 그렇게 말할까? 삶에서 얼마나 혼란을 겪었으면 나에게 그런 말을 할까?” 다른 사람이 주는 말이 상처가 된다면, 그렇게 말을 하게 만든 상황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마음이 분노에서 자비로 옮겨 가게 되고, 이것이 용서의 필수적인 요소인 공감이라고 마무리한다.


라디오에서 들었던 사연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밖에서 너무 짜증이 나는 일이 있어, 집에 돌아와 언니에게 짜증을 부렸다고 한다. 짜증을 들은 언니는, “오늘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구나?”라며 묻더란다. 그 말을 들으니, 한껏 올라와 있던 짜증이 내려갔고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사연을 들으면서, 참 지혜로운 언니라는 생각을 했다. 말로는 잘 알지만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 용서 아닌가. 언니가 그렇게 말할 수 있던 이유는, 공감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공감은, 분노에서 자비로 옮겨질 때 가능하다는 말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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