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독설

by 청리성 김작가
『표면은 죽일 수 있어도, 내면은 죽일 수 없는 것』


우리는 살인(殺人)이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목숨을 앗아가는 것도 문제지만, 마음을 앗아가는 것이 더 문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아간다. 종국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힘겨운 무게를 내려놓게 만든다.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본의 아니게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큰일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나에게는 종이 한 장의 무게에 불과할지 몰라도, 누군가는 수십에서 수백 개의 벽돌을 이고 있는 느낌일 수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에는 새우튀김으로, 한 생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 내용을 듣는데,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황당했다. 3개 중에서 2개는 먹고 1개를 가지고 항의를 했다는데, 새우튀김 한 개가 사람의 목숨을 바꿀 만큼 중요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항의했던 사람도 목숨을 잃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새우튀김 하나를 가지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도가 너무 지나쳤다. 어디서 뺨을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풀이를 했다는 생각 말고는 들지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까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함께 하는 사람은 물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거침없다. 자신보다 약하다는 계산이 서면 더 거침없어진다. 운전할 때도 이런 상황을 가끔 본다. 누군가 끼어들거나 뭔가 마음에 안 든 상황이 발생하면, 옆으로 붙는다. 그리고 안을 들여다본다. 만만하다 싶으면 창문을 내리고 뭐라 뭐라 한다. 심하면 보복 운전도 불사한다. 모든 행동의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정신을 차렸을 땐, 후회해도, 이미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넌 상태가 된다.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을 일컬어, ‘분노 조절 장애’가 있다고 말한다.

의학적 용어로는 ‘간헐적 폭발성 장애’라고 한다. 이 용어를 풀어보면, 어쩌다 폭발하는데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쩌다’의 간격이 짧아지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복불복 게임 중에 ‘통 아저씨 게임’이 있다. 구멍에 막대를 밀어 넣었는데 튀어 오르면 걸리는 게임이다. 분노 조절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을 보면, 그때 튀어 오르는 머리 같다. 제어할 수 없는 분노를 쏟아내는데, 때로는 어찔하기도 하다.

분노 조절 장애든 일시적으로 분노가 폭발하는 사람이든, 그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떤 계시를 받으면 모를까,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이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순간 치고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을 삼키는 건 쉽지 않다. 억누르는데도 한계가 있고 그냥 넘기기에는 억울한 마음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완벽한 하루>에도 언급했지만, 토끼가 호랑이 놀이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토끼가 숲속을 걸어가는데, 다른 동물들이 평소와 다르게 자신에게 인사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자신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생긴 걸로 착각한다. 그렇게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다른 동물들은 토끼가 아닌, 뒤에 따라오는 호랑이를 보고 인사하는데 말이다. 자신이 호랑이라도 된 듯 착각한다. 그렇게 으스대다, 결국 뒤따라오던 호랑이한테 잡아먹힌다.


호랑이처럼 으르렁대는 사람을 토끼라고 생각해 본다.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보면,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건 잠시, 안쓰럽게 보인다. 상대적 지위나 배경 등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보인다. 지금 휘두르고 있는 칼이 허상이라는 것을, 당사자만 모르고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다르게 보인다. 측은한 마음이 든다. 쉽지는 않지만, 마음을 다잡고 보기 위해 노력하면 보인다.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상대의 독설은, 나의 표면을 죽일 수 있어도, 내면은 죽이지 못한다.

내면을 죽이는 건 자신뿐이다. 내가 포기하고 무너지고 쓰러지면 죽는 거다. 짓누르는 무게를 이겨내려 버티지 말고 피해야 한다. 막연하게 피하면 마음에서 앙금이 잘 사라지지 않는다. 나만의 슬기로운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 토끼가 호랑이라 착각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도 그중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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