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7. 봉사

by 청리성 김작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더라도 주어진 것을 묵묵히 수행하는 행위

단어를 사용할 때, 비슷하지만 다르게 사용할 때가 있다.

사용하는 단어가 가진 기준과 의미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다. 누구나 알고 공감하는 사전적 의미로 나눌 때도 있지만, 개인 생각이나 시선에 따라 나눌 때도 있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사전적 의미라고 설명하는 것이 거창하게 들릴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는 어느 시인의 표현은, 개인의 또 다른 시선에서 나온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표현한 얼음이 거울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고, 물이 봄을 대신하는 단어로 사용됐다고 볼 수도 있다. 아니면, 얼음이 물이 되기 위한 조건인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는 과정을, 봄이 오는 것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명확한 기준으로 나뉘는 단어도 있다.

‘선물’과 ‘뇌물’이 그렇다. 선물과 뇌물을 사전적 의미로 구분하는 건 어렵다. 건네는 사람에 의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서로 반대말이라고 나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미는 분명 다르다. ‘대가’에 따라 그 표현이 갈린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건네는 건 선물이고, 대가를 바라고 건네는 건 뇌물이다. 따라서 건네는 물건의 형태나 금액이 문제가 아니다. 그 선물에 개인이 바라는 의도를 담았는지 아닌지에 따라, 선물과 뇌물로 갈린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때, 이것이 선물인지 뇌물인지를 구분하는 건, 자기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또 다른 표현에 의미도 살펴보면 좋겠다.

‘봉사활동’과 ‘취미 생활’이다. 두 표현을 같이 언급하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서로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이렇게 언급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이 두 표현도 마음에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나뉜다. 어떤 의도일까? 어디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가정하자. 본인이 자발적으로 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제안으로 할 수도 있다. 어떻게 시작했든 간에, 본인이 전혀 마음이 없으면 시작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의 시작은, 말 그대로 봉사활동을 위한 마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여기서 갈리는 시점이 발생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마음이다.

같은 봉사활동이라고 해도, 하고 싶은 게 있고 하기 싫은 게 있다. 캠핑가서 설거지할 때도 이런 사람이 있다. 세제 거품으로 닦는 건 싫고, 헹구는 것만 하려는 사람 말이다. 같은 설거지지만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게 갈린다. 마찬가지로 봉사활동도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것 혹은 내가 잘 알거나 잘할 수 있는 건 서슴없이 한다. 하지만 좀 귀찮거나 잘 해보지 않은 것 혹은 잘 하지 못하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하는 봉사활동은 봉사활동이라기보다, 취미 생활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다고 본다. 취미 생활이 그런 거 아닌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말이다.

봉사활동은 내가 중심이 되는 게 아니다.

내가 무엇을 하겠다 고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묵묵히 실행하는 게 봉사활동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것을 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건 아니다. 본인의 역량이나 상황이 되지 않을 때는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히려 못하겠는데 하겠다고 해서 펑크를 내는 것보다는 낫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여건이 안 돼서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기 싫어서 거절하는 것을 말한다. 취미 생활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되겠다. 자가진단하는 기준을 제시했으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 취미 생활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봉사활동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취미 생활이 아닌,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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