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하면 하나도 받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감사하면 모든 것이 이렇다고 느끼는 선물
작년 말, 아내와 단둘이 여행을 떠났다.
1박 2일이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니, 이제 이런 게 가능했다. 아내는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내의 희망 사항을 채워줄 만큼, 나는 일정을 빼기 쉽지 않다. 거의 매주 주말 출장을 갈 때는, 잦은 여행은 생각도 못 했다. 어쩌다 시간이 맞으면 가까운 곳으로라도 떠나는 것에 만족했다. 본부 부서로 옮기고서는 주말 출장이 없어졌다. 그래서 주말에 시간이 좀 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연말 시즌이라 그런 것도 있었고, 회사 워크숍도 있었다. 개인적인 경조사도 또 다른 이유다. 그리고 하나 더.
성당에서 직책을 맡은 것도 있다.
올 9월부터 사목회에서 총무와 기획분과장 역할을 맡았다. 아! 물론 내가 하고 싶다고 한 건 아니었다. 전 회장님이 잠깐 보자고 해서 나갔는데, 처음 보는 분이 함께 앉아 계셨다. 신임 회장님이라고 소개하셨다. ‘근데 나를 왜?’ 나는 그때까지도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개에 이어 바로, 총무 역할을 하라고 강요의 무게를 실어 제안하셨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가, 이제 주말 출장이 없어서 져서 괜찮지 않냐는 말씀이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그동안은 주말 출장이 많아서, 시키고 싶어도 못 시켰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생각지도 못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전 회장님께,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청년 분과장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청년 사목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출간한 두 권의 책과 내년에 출간될 책 모두, 청년과 관련이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거절하면서 함께 계신 신임 회장님을 얼굴을 봤는데 죄송했다. 표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당신을 거절한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러셨겠지. 총무를 소개받는 자리로 아셨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거절한 게 영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곧 받아들였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총무라는 직책에 대한 어려움은 말로만 들었다. 절대 연임이 시키지 않고 다른 활동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러모로 어려운 자리라고 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주말에 연수와 교육 등이 종종 있었다. 당일이기는 했지만, 1박으로 어디를 다녀오기 어려운 일정이었다. 여기에 더해, 앞서 말한 이런저런 일정도 있으니, 한정된 주말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한 달도 더 전에 잡은 여행을 떠나게 된 거다.
“이제 이거만 하고, 그만했으면 좋겠어!”
이동 중이나 숙소에서 사목 관련 일로 전화가 오거나 카톡으로 얘기를 주고받는 걸 아내가 봤다. 그리고 이렇게 한마디 했다. 더는 성당에서 직책을 맡지 말라는 말이었다. 아내도 성당에서 역할을 맡아서 하는 게 있는데도 그렇다. 나는, 많이는 아니지만, 전에도 다른 직책을 맡은 적이 있었다. 어디를 가고 싶은데 성당 일과 겹치는 날이 있었고, 최근에도 그랬다. 그리고 하필, 많지는 않지만, 이렇게 전화가 오고 카톡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든 거다.
나는 뭐라고 했을까?
“부름을 받으면 해야지!” 내 생각은 그렇다. 내가 하고 싶다고 말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어떤 역할로 부름을 받는다면, 큰 무리가 되지 않는 이상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는, 걸어서 소풍을 가기 어려울 정도로 폐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체대 입시를 볼 때 2,000m 달리기 만점을 받았다. 노력한 것 이상으로, 대학 진학을 했다. 담임 선생님이 놀랐고, 한동안은 이런 성적으로도 이런 대학을 갔다고 후배들에게 말했다는 후문도 들었다. 아무것도 없고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했지만, 나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절망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필요한 때 필요한 도움을 받았다.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하나도 되는 일이 없네!”
누구나 이런 말을 한 번쯤은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말 그대로 ‘하나’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그렇지 않다고 말한 건 아닌지 말이다. 생각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받으면 살고 있다.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종종 한다. “다 좋은데….” 열에 아홉은 마음에 들지만, 마음에 들지 않은 하나 때문에 불평한다. 감사보다는 불평에 더 익숙해서 드는 생각이라고 여겨진다. 오늘은 내가 거저 받은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면 좋겠다. 그럼 감사한 마음이 들 것이고, 그 마음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