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이 지나고 입학 시즌이 왔다.
아마도 오늘 입학식을 하는 학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 해 전, 아이 셋 모두가 졸업하고 입학하는 시즌을 맞았었는데 정신이 없었다. 둘째와 셋째, 중학교와 초등학교는 같은 날 졸업식이어서, 가족이 나눠서 가야 했다. 학교가 건널목을 중심으로 양쪽에 있어서 왔다 갔다 하는 데에는 무리는 없었지만 말이다. 첫째의 대학 입학식은 알고 있던 입학식과는 달랐다. 아이만 데려다주고 온 꼴이 되었다. 학교에 다다랐을 때 아이들이 삼삼오오 배낭을 메고 학교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알았다. 입구에 꽃다발을 파는 사람도 없었고 꽃다발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부모가 동행한 아이는 우리 포함, 손에 꼽을 만할 정도였다. 입학식 마치고 바로 새터를 가는 일정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졸업과 동시에, 입학하거나 사회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그때는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갈 때 걱정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무서운 형들이 많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가려던 학교가 그런 게 아니라, 중학교가 그렇다고 했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놀던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학교는 좀 살벌하다고 했다. 가장 고학년에서 가장 저학년이 되는 상황이니 더욱 그랬다. 입학하고 처음 운동장에서 전체 조회할 때가 생각난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비스듬히 쳐다보던, 인상이 엄한 선배들이 곳곳에 있었다. 눈길을 줄 생각도 못 하고 있는데, 혹여나 눈이라도 마주치면 뭘 쳐다보냐며 으르렁댔다.
고등학교 올라갈 때도 그랬다.
고등학교는 중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험하다고 했다. 이번에도 맏형에서 막내가 되는 상황이니 입학하면서부터 움츠리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듣던 대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차원이 달랐다. 내가 들어간 학교는 야간 고등학교와 외국어고등학교까지 있어서, 더 그랬다. 한 공간에 고등학교가 세 개였으니, 눈치를 봐야 할 사람도 세 배였던 거다. 씨름부도 있었는데, 존재 자체로 위압감이 강했다. 대학에 들어가면 다를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체육교육과라는 특성 때문에, 1학년 때는 고등학생 때보다 더 거칠게(?) 다녔다. 삼수해서 어렵게 들어왔는데, 자퇴하는 동기도 있었으니 오죽했겠는가.
사회는 어땠을까?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다. 대학 졸업반 때는 모든 게 끝이라 생각했는데, 또다시 시작이었다.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활동이 시작된 거다. 사회에서도 마침과 시작이 반복된다. 공동체에 들어가고 나가고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삶이란 어쩌면, 마침과 시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는 시작과 죽음이라는 마침 안에서 이루어지는, 반복되는 시작과 마침 말이다.
시작은 첫째일까? 꼴찌일까?
입학하는 것으로 보면 꼴찌인듯하지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에서는 첫째로 보인다. 마침은 어떨까? 졸업하는 것으로 보면 첫째인듯하지만, 마무리한다는 의미에서는 꼴찌로 보인다. 시작과 마침이 하나이듯, 첫째와 꼴찌도 하나이지 않을까? 때로는 첫째지만 꼴찌가 되기도 하고, 꼴찌였지만 첫째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지금 첫째라고 우쭐할 필요도 없고, 꼴찌라고 쭈그러들 필요도 없다. 반복되는 순서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설 때도 이런 생각이 든다. 맨 뒤에서 있을 때는 꼴찌인 기분이다. 탈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버스가 와서 사람들이 타고 줄이 줄어들어, 맨 앞이나 그쯤에 설 때가 있다. 타지 못해 아쉬움은 남지만, 첫째가 된 기분이다. 버스에 올라설 때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끝물에 탔으면 남은 자리를 찾아서 앉아야 했을 테니 말이다.
첫째냐 꼴찌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좋은 몫을 택하기 위해,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과정일 수도 있고, 지금은 첫째처럼 보이지만 꼴찌가 되는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추구하는 가치가 그것을 증명한다.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를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가? 그것이 진정 의미 있는 일인가? 이 질문에 관한 대답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첫째로 향하는지 꼴찌로 향하는지에 관한 가치의 방향 말이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