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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비둘기 Dec 12. 2016

가을이 그렇게 겨울이

관계에 대하여

여러달 전에 군대를 간 학교 동생과 우연히 가을 교정에서 마주쳤다.

3년이라는 시간도 과장되는 이 작은 사회에서, 

3학년 차이인 그 아이는 나를 조금은 어려워했을지 모르지만,

종종 만나고 군대가기 전엔 통화도 하곤 했다.

하지만 여러번 휴가를 나오도록 페이스북에는 올라오지만 서로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없었다. 

번 휴가도 페이스북에 올라왔던 걸 엊그제쯤 보았었는데, 그는

"오늘 나왔어"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섣불리 '밥 먹자'라는 강요가 될 수 있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사계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엔

이미 잔뜩 물든 단풍에게 녹음을 요구하지 않으니-

그러다 문득, 그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사실 5일 전에 나왔어"라고 솔직하게 얘기했을 때, 아직 모든 녹음이 사라지진 않았나보다 싶어서

"만날 사람 많겠지만, 시간되면 연락 한 번 해"라고 얘기했다

어쩌면 겨울이 되어 결국 사라져야만 하는 인연은 아닐지도-

날씨가 좋은 가을날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겨울이 가득 들어

낙엽도 자취를 감추었고

그는 시간이 없었다


떨어짐에 아쉬움이 묻는 건

마지막 잎새만은 아니다

날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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