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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비둘기 Dec 21. 2016

기류

항상 술 안주거리를 씹듯이 어떤 이를 욕하던 사람이

술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상태로 눈물을 터트리면,

일순간 그 공간의 모든 기류가 변한다.

그 기류의 변화는 구성원의 합의를 구하지 않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이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피고,

어떤 이는 침을 꿀꺽 삼키고 태세를 전환하며 그를 달래주기 시작한다.

화장실을 가려던 이는 잠시 떨어졌던 엉덩이를 슬그머니 원위치하고는 분위기에 적절한 속도와 무게감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불고 있는 줄도 몰랐는데 가득 부풀어버린 풍선을 마주한 사람들처럼

그들은 조심조심 그 풍선이 터지지 않도록

테이프를 가만가만 붙여주고

살짝살짝 바늘로 그 속의 열기를 빼내어준다


그제야 느낀다,

그 사람의 욕설이

토닥토닥을 바라는 울음 섞인 외침이었음을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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