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고 싶은 리더 1
T 사장은 만나기만 직원들에 대한 불평불만이다.
"다른 사장들은 직원들이 알아서 해줘서 매일 공치러 다니는데, 우리 회산 도무지 내가 없으면 일이 안돼요."
"어렵게 트레이닝시켜 키워놨더니 쓸만하면 딴 데로 옮기고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요."
"꼬박꼬박 월급 받아가는 걸 도대체 고마워할 줄 모르니..."
새로운 직원을 뽑기 위한 면접을 할 때마다 내가 반드시 물어보는 세 가지 질문이 있다.
"조직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팀워크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따르고 싶은 리더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다. 대답에 따라 응답자의 자세, 팀과 함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 추후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세일즈 팀을 이끄는 나의 경우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가장 중요한 사람: 고객
두 번째 중요한 사람: 외부 협력사
세 번째 중요한 사람: 부하 직원
네 번째 중요한 사람: 팀 동료 및 직장 상사
다섯 번째 중요한 사람: 사장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모든 초점이 고객에 맞춰져야 한다는 건 당연한 논리다. 외부 협력사가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나의 경우 외부 협력사와 고객은 동급이다. 조직 내부로 들어오면 그다음 우선순위는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다. 직급이 낮을수록 고객과 접촉하는 노출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직원을 내부 고객 (Internal Customer)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들의 일에 대한 열정, 회사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에 따라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확연히 달라진다. 그 자세는 회사가, 특히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Receptionist의 예를 들어보자. 일의 특성상 타 회사를 방문하는 일이 무척 잦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제일 먼저 마주하는 사람이 리셉셔니스트다.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으며 인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놀랍게도 웃음기라곤 없는 차가운 얼굴로 딱딱한 격식에 따라 움직이는 곳도 적지 않다. 아예 리셉션 데스크가 텅 비어 있고 방문객이 도착했다는 작은 벨을 몇 번 눌러도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곳도 있어 놀란다.
사람의 첫인상이 중요하듯 조직의 첫인상은 리셉셔니스트로부터 나온다. 직원 교육과 트레이닝이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그 근본에는 해당 리셉셔니스트가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자세에 따라 좌우된다. 내가 아끼고 정열을 바쳐서 일하는 회사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직원과 그저 월급 받는 만큼 일하는 곳 하루하루 겨우 억지로 일하면서 월급 많이 주면 언제든 당장 옮길 것이라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직원의 마음가짐이 외부로 똑같이 표출될 리가 없다. 앞서 쓴 '리더는 읽히고 보인다'에서 처럼 '상대방이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나 없느냐', '지금 상대방이 내게 정성을 다하고 있느냐'의 여부는 그 사람의 얼굴 표정, 웃을 때 눈가의 주름, 목소리, 톤, 일상적인 몸짓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T 사장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상황은 전혀 딴 판이다.
"항상 돈 없다는 얘기만 하세요. 나가서 돈 벌어 오라는 얘기죠. 저희가 실무팀이기 때문에 대강 어느 정도의 수익이 생기는지 빤히 보이거든요. 어쩌다 수익이 좋은 달에도 그건 전부 사장님 몫이에요. 깜짝 보너스나 직원들을 격려하는 회식이 언제였는지 모르겠어요. 우리한테 돈 쓰기가 아깝다는 거죠."
직원들을 신나게 일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리더의 능력이다.
자기보다 팀원을 앞세우고 먼저 배려할 줄 아는 리더, 힘들 때 먼저 앞장서서 총대를 메는 리더, 분위기를 띄우고 부하 직원들 앞에서 허물없이 망가지면서 그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리더,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들어오면 그 핑계를 대고 자기 주머니를 털어 팀원들에게 한 턱 쏠 줄 아는 리더에게 팀원들이 몰린다. 그런 리더에게 개인적인 고민도 털어놓고,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주저 없이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그런 리더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행복하다.
그 행복한 팀원들이 상대하는 고객들도 덩달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