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꿈이 허망한 것임을 모르는바 아니면서도 늘 꿈을 꾸며 꿈속을 헤매고 살아왔다. 그러나 언제나 내 꿈의 마지막은 좌절과 절망으로 탈색되어, 천 길 벼랑 끝에 내 작은 몸을 내던지고 뒤도 안 돌아보고 크게 비웃으며 멀리 날아가 버리곤 했다. 그것은 악몽일 수밖에 없는 두려움으로 내 반평생을 괴롭혀왔고, 내 삶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삶이 황폐해져서 성난 파도로 난파하기 직전의 조각배처럼 위태롭게 표류하고 있었다. 어쩌면 꿈조차도 꿀 수 없는 시리도록 아프고 서러운 세월을 살아, 꿈과 현실을 오고 가며 방황하게 했던 반평생이 분하고 억울해서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비록 악몽이라 해도 꿈을 버릴 수 없어 봄날 툇마루에 앉아 졸며 또 꿈을 꾸어야 하는 자신이 싫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인가 정말 마지막 최후의 꿈을 꾸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꿈이 허락되지 않을 만큼, 이미 나는 충분히 늙어 있었으니, 자존심, 두려움, 민망함과 부끄러움 따위의 사치스러운 조각들은 거리를 방황하는 길 고양이에게 던져주고 알몸이 되어 새로운 마지막 꿈을 찾는 나그네가 되기로 한 것이다.
하늘의 부름으로 가다 중단하는 한이 있어도, 미련이나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내 고독한 삶이 너무 서러워 꺼이꺼이 통곡하길 그 얼마이었던가? 술 한 모금에 눈물 한잔뿌리며 배움에 목마름과 사생결단을 했던 세월은 또 어디서 되찾을 수 있을까? 타는 갈증을 참지 못해 차라리 불꽃같이 지리라고 생사를 가름할 수 없는 전장에 뛰어들었으나, 하늘은 그것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전장의 한 복판에서도 살아 돌아온 내게, 환갑이 훨씬 넘어 찾아온 이 마지막 기회를 망설임으로 무산시킬 수는 없었다. 내 최후의 꿈을 이루기 위한 대장정에 걸림돌은 이미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