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사실 이거는 하나의 고백이야
아마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몇몇이 있겠지
내가 한국어로 말하는건 무언가 감추고 싶어서도 아니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야
그냥, 그냥
음 그냥 내 목소리로 고백하고 싶었어
고백 혹은 뭐 일종의 물음이기도 하지만
있잖아
창문 그 틈 사이로 빛이 조금씩 들어오는 그런 밤에 너는 무슨 생각이 들어 해가 일찍 지는 겨울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때는 새벽 일찍 기차를 타기 위해서든 뭘 하기 위해서든 밖으로 나갈 때는 아니면 아무렇게나 뒹글며 주말을 멍하니 보낼 때는
그러니까 내 말은 공기 말이야
예를 들어 나는
침대에서 이불을 감고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그러다가 문득 새벽의 낯섦을 느껴
어질러진 이불 침대 위쪽에 가득 붙여진 엽서들 침대 옆에 놓인 가방 그 옆의 선반 그 위의 전자레인지 그 위의 잡다한 장식품들 다시 침대 옆에 작은 옷장 옷장 옆에 수납을 위한 다른 플라스틱 서랍장들
그 옆의 큰 창문
또 그 옆엔 전화기 사전 그리고 음 짐만 쌓여진 책상 책상 옆엔 이것저것 누워진 철제 선반 그 위엔 어질러진 책 머리 끈 입술 보호제
아, 아직 불지 않은 풍선도 있다
이 책상과 선반 사이에 작은 종이봉투가 벽에 걸려 있어
그 안엔 언어에서 온 편지들이 들었지
그리고 다시 철로 된 선반 옆에는 나무로 된 네모진 아주 정 사각형이야 그런 식탁이 있어 그 식탁엔 의자가 두 개야
하나는 조금 부러져서 삐거덕거려
음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
아 그래 낯섦
이 공간은 내 것들로 가득하고
바닥엔 내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야 공기
나는 공기에 대해 생각해 그 순간에 있는 그 공기들
익숙한 어떤 것에 대한 의문 그거야
익숙함과 낯섦
익숙함 속에 낯섦이 있는 걸까
낯섦 속에 익숙함이 있는 걸까
속한다 속해있다 라는 것이 가능하긴 한 걸까
이 두 사이에서
너는 어떻게 이곳에 있어
너는 어쩌다 이곳에 있어
이건 공기에 대한 고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