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뜨거운 것은

가난한 너를 위하여 [2부 4월 4일]

by 성냥팔이 소년


새벽녘, 벨 소리에 눈을 떴다. 지원이었다. 술에 취한 것인지, 눈물에 취한 것인지. 울먹이고 있었다. 무어라 무어라 하소연을 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옷을 갈아입었다. 어디냐고 물으니 자주 가던 놀이터란다.


녀석은 젖은 솜처럼 축 늘어진 채로 정자에 앉아있었다. 무슨 일을 겪은 것일까. 왔다는 말조차 건넬 수가 없었다.


나는, 위로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어쩌면 겁을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랜 우울증 환자답게, 타인의 슬픔이 나에게 번져 또다시 음울한 짐승이 될까 두려워한다. 서툰 위로보다는 비겁한 침묵이 보다 낫다고 합리화하며 묵묵히 기다린다. 기다리는 것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기다림. 이 몹쓸 응고의 삶. 그러나 응고는 시간 뒤에 숨어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나의 책임은 듣는 것. 끝까지 곁에 남아 너를 듣기로.


아이의 손에 걸린 맥주 캔을 빼앗았다. 대신 핫팩을 쥐여 주었다. 그러자 어깨를 떨며 삼켜둔 울음을 토해낸다. 녀석이 남긴 맥주를 마저 마셨다. 그칠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주었다.


진눈깨비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허공을 간질이는 물기 어린 눈. 그야말로 눈물.


「지원아, 눈 온다.」


「기형도 얘기라면 꺼내지도 마세요.」


「나는 눈에 묻혀 죽고 싶어.」


「왜요?」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잖아.」


「치, 그게 뭐예요.」


「소원이야.」


「??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어.」


「봄이 올까요?」


「아니면 우리가 가자, 봄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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