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

가난한 너를 위하여 [2부 4월 4일]

by 성냥팔이 소년


아이는 고작 열 살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아비를 나쁜 남자라고 소개했다. 제 나이에 쓸 만한 표현도 아니었지만, 알기로 녀석은 남자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말, 네 생각이니?」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아니요. 엄마가요. 할머니가요. 아빠는 나쁜 놈이래요.」


모래밭에 쓸린 생살처럼 가슴속이 욱신거렸다. 아직 한글조차 서툰 너인데.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는 녀석의 두 손을 꼭 잡았다.


「판단은 만나보고 해도 늦지 않아. 누군가 다른 사람을 미워할 때는 상대가 진짜 나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 가끔은 너무 사랑해서 미워하기도 하고.」


「사랑하는데 왜 미워해요?」


「사랑은 주고도 싶고 받고도 싶은 마음이라, 기대했던 만큼 받지 못하면 서운하고, 서운한 게 쌓이면 미워지거든.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차차 알게 될 거야. 그러니 좋고 나쁨은 겪어본 다음에 결정할까?」


「영영 만나지 못하면요?」


「그럴 때는 ‘좋은’으로 해두자. 미움은 바보 같아서 주인을 잘 몰라보거든. 미워할수록 도리어 너를 아프게 할 거야. 그 사람이 가족이라면 더더욱.」


주저앉아 풀어진 아이의 운동화 끈을 여며주었다.


「끊어내지 못할 사이라면 엉키지 않도록 잘 묶어놓아야 해. 분명 걸려 넘어지는 순간이 올 테니까. 무조건 용서하라는 말은 아니야. 전부 이해해 주라는 뜻도 아니고. 그저, 미워하며 살기에 주어진 우리의 하루는 너무 짧으니까. 너를 위해 가능한 ‘좋은’으로.」




image_©Marie Bashkirtse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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