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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

불안이 많은 어른이는 어떻게 살아야하나요.

by 써니 Mar 25. 2025

어느덧 2025년 하고도 3개월이 흘렀다. 자취를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내가 얼마나 불안을 잘 느끼는 사람인지를 깨닫게 됐다. 가끔은 고요한 시간이 좋기도 했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헛헛했다.


"뭐해? 나올래?"


가볍게 던져진 카톡 한 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술 한잔 기울이면 공백도, 불안도 조금은 채워지는 것 같았다.


"원래 사는 게 그렇지 뭐, 다 똑같아"


혼자 자리를 못 잡고 있다는 생각에 푸념을 늘어놓으면, 맞은 편 친구는 너스레 괜찮다는 말로 위로를 했다. 그래 그렇지, 사람은 다 비슷하니까. 그런데도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 


마치 표류하는 하나의 섬 같이 느껴졌다. 평소 수영을 못 하는 나는 발 끝이 바닥에 닿이지 않으면,

바로 불안해 했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디에도 발 붙일 곳이 없는 느낌


회사를 그만둔지도 2년이 넘게 흘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회사에서 내 발목을 묶어두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회사를 나오고 나서 고개를 내려보니,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나 였다. 갑자기 발 아래로 거대한 불안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방법은 단 하나.


일을 많이 하자. 그것도 엄청 많이.

많은 일을 하다보면, 불안도 없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회사를 나오고 첫 1년은 정말 빈틈없이 일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몰입이라는 경험은 사람에게 더할나위 없는 기쁨을 주는 존재였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던 시기를 지나, 또 발 밑에 숨어있던 불안이라는 그림자가 올라왔다.


"진짜 이대로 가도 괜찮아?"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감싸는 불안 때문에 하던 일에 갑작스러운 회의감이 몰려왔다. 그러게 나 이거 하는 게 맞나. 내가 지금 이거 하려고 나온게 맞을까? 또 시작이다. 어김없이 올라온 불안 덕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누군가와 함께 연결되어 있으면 괜찮으려나 하는 생각에 괜히 전화 목록을 뒤져보기도 하고, 카톡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하루 이, 어느새 2년이 흘렀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내 옆에 꼭 붙어있다. 아니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도 불안하냐고 묻는다면 


'네, 불안해요. 근데 좋아요,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요.'


라고 답을 해줄 것 같다.


생생한 불안을 더 이상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극도의 불안을 안고 가는 사람이라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괜히 공감이 가고, 한 마디 더 말을 붙이기도 한다. 이 글을 누가 읽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삶은 살아진다고 모두가 한 명의 불안은 안고 살아간다고 말해주고 싶다. 


'불안해도 괜찮아요. 그게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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