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공화국

나경원 의원님의 발언에 공감하지 못하는 전직 커피전문점 사장의 생각

by 박학대식

스타벅스 공화국 #1에 이어


본인이 아르바이트하던 그때에는 커피빈과 스타벅스의 외형적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전반적인 음료의 가격은 오히려 커피빈이 더 높은 편이었고 이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스타벅스의 매장 개수는 무려 1203호 점으로, 2016년 1000호점 출점 이후 2년 만에 무려 200개의 매장을 늘리며 커피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커피빈은 2017년 기준 288개 매장이니 적어도 3.5배 이상의 매장 수를 가진 스타벅스에게 완벽히 커피시장의 패권을 내줬다 평가하는 것에는 이의를 가질 수 없어 보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0년의 시간 동안 지금의 스타벅스가 [콩다방과 별다방으로 불렸던 양강 체제]에서 벗어나 현격한 차이로 몸집을 키워 커피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 잡은 원동력이 무엇일지 조금만 깊게 생각해본다면 커피에, 그 맛에 집중한 커피빈의 선택에 작금의 책임을 묻는 나경원 의원님의 논리전개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본인의 생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14080515214826438_00_642.jpg 왠지 낯설어 보이는 커피빈 로고

기본적으로 커피빈과 스타벅스는 한국 진출 당시의 파트너의 사이즈(?)가 현격히 차이 난다. 모두들 잘 알고 있듯이 스타벅스는 대기업 신세계와의 지분을 나눠가진 합작회사의 형태로 한국에 진출했다. 이에 반해 커피빈 코리아는 일개 개인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진 개인기업이 미국의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어 한국으로 진출하였다.(현재는 본사가 한국에 법인을 세운 상태이다) 대기업의 자본을 등에 업고 시작한 스타벅스와 개인이 로열티를 내며 사업을 진행한 커피빈을 같은 상대로 놓고 평가하는 것은 시작부터 잘못된 평가방식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현재의 영업이익이 19배 차이를 스타벅스가 제공한 다양한 삶의 양식 덕분이라는 나경원 의원님의 논리는 어떤 근거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으로 스타벅스가 커피빈이 제공하지 못한 어떤 다양한 삶의 양식을 제시하고 있고 또 기 제시했는지에 대한 의문 역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다.(어제도 스타벅스를 다녀왔지만,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건 둔감한 내 자신을 탓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스타벅스가 커피빈을 현재와 같이 압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대기업의 엄청난 자본력이 아닐까 싶다. 강남대로를 걷다 보면 한 블록에 한 두 개의 스타벅스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의 형태이기에 가능한 출점 전략이다. 상식적으로 자신의 매장의 매출을 나눠먹을 또 다른 매장을 근처에, 그것도 바로 길 건너 내지는 옆 빌딩에 출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스타벅스는 언뜻 바보같이 보이는 이 전략을 구사했다.

스크린샷 2018-12-28 오후 12.55.17.png 스타벅스 강남구 지도

대기업의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업고, 선택과 집중의 방법으로 한 구역의 커피 상권을 깡그리 밟아버리고 이곳에 그들만의 성을 만들어 다른 브랜드의 신규 출점 자체를 의미 없도록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강남 테헤란 로에 말이다. 모든 가맹점을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의 형태로 출점을 하다 보니 정부가 추진하려는 프랜차이즈 출점의 물리적 거리제한 역시 적용받지 않기에 어려움 없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오피스 밀집지역을 그들의 초록색 로고로 물들였다. 서울특별시와 이란의 수도 테헤란시의 자매결연을 기념하여 붙여진 강남의 중심 [테헤란로]는 어느샌가 [스타벅스로]가 된 것이다.


resized_20170531_224950_1715985509.jpg 스타벅스 로(Road)

2012년 전 세계는 [갠남스타일로] 열광했다. 그리고 이 노래의 가수 싸이는 글로벌 스타가 되었다 한국을 방문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제일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인사동이 아닌 강남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네들에게 강남스타일이 어떤 의미로 이해되는지 모르겠지만(솔직히 이해를 하려하지도 않겠지만) 강남은 그렇게 전 세계인에게 대한민국의 가장 핫 한 장소로, 한국여행에 꼭 방문해야 하는 그런 장소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이런 외국인들의 시선과 대한민국 사람들의(본인을 포함한) 유별난 강남 사랑이 합쳐지니 강남=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수식을 달리 반박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이 강남의 요지를 스타벅스가 점령해 버렸으니 한국인들의 지극한 스타벅스 사랑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바로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 선택과 (강남으로의)집중 전략이 결국 현재의 커피빈과의 절대적 차이를 만든 것이라 확신한다. 나경원 의원님이 말씀하신 스타벅스가 대한민국 사람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니즈를 충족해서도, 커피빈이 커피에만 집중하는 잘못된 전략을 추구해서도 절대 아니란 말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00년도 말, 콘텐츠 중심의 마케팅을 시작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해 CEO는 경질당했고 차기 CEO가 본질에 다시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는 뉴스는 유명하다 과연 커피에 집중했다던 커피빈과 다를 점이 과연 무엇인가)


커피라는 기호식품을 마시는 것, 맛있는 커피를 찾아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는 일부 커피 애호가들의 소비보다

늘 가던 그곳에서 비슷한 시간에 늘 마시던 것을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상기의 이유로 커피라는 쓴 음료를 마시는 것은 일부 소수만이 영위하는 특별하거나 팬시한 행위가 아닌 보통사람의 일상이 되었다.

바쁜 직장생활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점심시간, 누구에게나 짧게만 느껴지는 이 시간에 긴 줄을 서서 커피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을 보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선(先) 점심 후(後) 커피 문화의 시작은 분명 스타벅스, 커피빈과 같은 커피 전문점들의 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한곳에 집중하여 출점한 스타벅스 코리아의 출중한 전략과 강남의 힘한 이미지의 결합으로 우리는 지금도 무엇에 끌린듯 이유 없이 초록색 로고의 스타벅스로 향한다. 한 잔의 쓰디쓴 커피로 우리는 매일 힙한 강남스타일을 만끽하는 것이다..


강남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또는 모른척하겠지만) 비 강남인들에게 강남 입성은 꿈과 같은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본인 역시 비 강남인이고 모든 학창 시절을 종로구에서 보냈다. 하지만 어렸을 적 어머님께서 추진하셨던 강남으로의 이사를 당시 주위 식구들의 반대에도 강행하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엄청난 부동산 가격의 차이를 보며 더더욱 그때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 건 세상에 찌들어 순수하지 못한 본인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물론 이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타인에게 속물로 보이고 싶지 않은 본인의 최소한의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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