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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Jul 31. 2021

미국 초등학교 시험 이야기

*2020.6.29.


지난 주말, 일찍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챙겨 먹고 운동을 나가려는데 제가 거실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첫째가 자기 방에서 나와 아침 인사를 했습니다. 잠시 고민하다 자전거를 타려던 계획을 접고 대신 아이에게 아빠와 둘이 아침 운동으로 동네 산책을 하자고 제안을 했죠. 아이가 따라나서서 한 시간 정도 아침 햇살을 맞으며 아이와 함께 걸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나가는 산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걷는 동안 계속해서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첫째는 집에서는 마주 앉아서 긴 시간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둘이 산책을 할 때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거든요. 이날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학교에서 보는 시험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학교에서 새로운 단원/내용을 시작할 때면 항상 pre test를 먼저 봅니다. 앞으로 배울 내용을 아이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선생님이 파악하기 위해서인데 문제를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내용을 배우고 나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바로 그 '시험/test'를 봅니다.


시험에서 틀린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을 수 있으므로 틀린 문제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다시 풀어 볼 기회를 줍니다. 아이가 다시 틀리면 실수는 아닌 거죠. 하지만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아이가 잘못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선생님이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에 대한 힌트를 주고 다시 풀어볼 두 번째 기회를 줍니다. 여기서도 틀리면 그때는 정말 그 내용을 모르는 것이므로 틀린 것으로 체크하고 점수를 산출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한 번에 진행되지 않고 길게는 며칠에 걸쳐서 진행됩니다. 아이 말에 따르면, 문제를 틀리고 다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되거나 헷갈렸던 것들을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군요. 그래서 시험을 보다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시 정확하게 내용을 공부하고 풀어서 정답을 제출할 기회가 두 번이나 더 주어지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당연한 거겠죠.




지금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에 여러 가지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 날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만족감이 더 커졌습니다. 저희 집 첫째는 한국에 있을 때, 시험에서 문제를 틀리는 걸 너무 싫어했습니다. 그게 너무 싫어서 어려워 보이는 문제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이야기하는 것들 들어보니 많이 바뀌었네요. 무엇보다, 문제를 틀리는 것을 실패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몰랐던 것을 정확하게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수업과 시험을 별개로 인지하지 않고 시험도 수업의 연장으로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한국에서 봤던 시험과 미국에서 보는 test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단어다' 고 한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가 한국과 미국의 수업시간 차이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해서 알고 있었는데 시험도 이런 차이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교육 관련 세금이 좀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그 세금이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세금 많이 내더라도 그로 인해 좋은 선생님들을 모실 수 있고, 좋은 수업 기자재와, 좋은 시스템에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Cover image: sandid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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