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입양, 그 후 1년

by 봄마을

1년 전, 첫째를 위한 emotional support pet으로 동물 보호소에서 보호받고 있던 암컷 새끼 고양이를 한 마리 입양했고 막내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토스트라고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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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숏헤어 답지 않게 예쁘게 생긴 토스트는 우리 집에 온 이후 금방 적응하며 무럭무럭 잘 자랐다. (아메숏 특유의 사각형 주둥이와 넓적하고 동그란 큰 머리, 그리고 가운데로 몰린 눈이 아닌 뾰족하고 균형 잡힌 작은 머리를 보면 어쩌면 한국에서 건너간 코리안 숏헤어의 유전자가 섞인 것 아닐까 싶기도.)


밥을 달라!
우리집 고양이라 그렇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보고 있으면 정말 감탄이 나올만큼 예쁘다.


밤이면 첫째의 침대에 올라가서 베개를 베고 함께 누워서 잠을 잤는데 잠들기 전, 그리고 새벽에 먼저 깨서 토스트가 부르는 골골송과 부비부비가 첫째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불을 끄고 누우면 마치 첫째의 목도리라도 된 것 마냥 어깨와 머리 사이에 자리 잡고 붙어서는 귓가에다 골골송을 불러줬는데 매일밤 힘들어하던 아이에게 그 이상 좋은 위로가 없었다. 새벽이면 먼저 일어난 토스트가 골골송을 부르며 첫째의 가슴에 올라와 꾹꾹이를 해서 꼭 아이를 깨우곤 했는데 아이는 잠을 푹 자지 못해 아침에 피곤하지만 토스트가 자기와 교감을 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다며 토스트가 언제든 방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잠을 잤다.


물론 평소에는 첫째뿐만 아니라 삼 형제 모두의 사랑도 듬뿍 받아서 도무지 심심할 틈이 없는 나날을 보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난 다음엔 심심해할 것 같았는데 다행히 고양이라는 걸 잊지는 않았는지 혼자서도 잘 놀았다.


하지만 사람이 놀아주는 것과 같은 고양이끼리 노는 건 분명 차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 끝에 봄이 오고 3월이 되었을 때, 같은 동물 보호소에서 다른 고양이를 한 마리 더 입양했다. 토스트에게 첫째가 간택을 당했던 것과 비슷하게 이번엔 둘째가 간택을 당했다. 처음 토스트를 입양할 땐 고양이 두 마리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사고 한번 치지 않는 토스트가 아내와 내게 용기를 줬다.


두 번째로 입양한 고양이는 태어난 지 2달밖에 안된 상태에서 건강이 안 좋은 어미와 다른 형제들이 함께 구조가 된 검정 수컷 고양이였다. 영양 상태도 안 좋고 기생충에도 감염이 되어 있어서 보호소의 절차가 좀 더 복잡했는데 중성화 수술 이후에도 완전히 입양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좀 있었다.


잘 먹지 못하고 그나마 먹은 것도 기생충에게 빼앗기고 있어 기운도 없고 비쩍 말라있던 이 고양이는 우리 집에 온 뒤 다행스럽게도 빠르게 건강을 되찾았고 금방 토실토실해졌다.


집에온 직후엔 비쩍 말라 있었다.


입양이 완료된 이 검정고양이는 "까미"라는 이름을 얻었다. 우리가 부르기 편하다는 이유였는데 막내는 조금 난감해했다. 학교 친구들이 쌍기억이 들어간 "까미"라는 이름을 발음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다.(지금도 막내의 친구들은 까미라는 발음을 못해서 '케미'에 가까운 발음으로 까미를 부른다.)


완벽한 피치블랙은 아니고 몸 여기저기 마치 스타일에 악센트를 주듯 하얀색 털이 조금씩 나 있어서 어둠 속에 완전히 숨는 게 불가능한, 검은 고양이 답지 않은 검은 고양이 까미는 기운을 차리자마자 엄청난 체력으로 온 집안을 뛰어다녔는데, 덤벙거림이 심해서 달리다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앞 구르기를 한다던가, 점프했다가 목표 지점에 닿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며 추락하는 등 토스트에게선 볼 수 없었던 웃음과 활기를 집에 불어넣어 줬다.


까미는 몸 여기저기 난 흰 털 몇가닥 때문에 소파 밑에 숨어도 완벽한 위장이 안되는터라 매번 아이들에게 들킨다


유일하게 걱정했던 건 토스트가 괴롭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는데 넉 달의 나이 차이가 나는 이 두 고양이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친해졌고 금방 사료도 함께 나눠먹는 사이가 됐다. (다 자란 지금은 각자 따로 밥그릇이 있다.)



두 고양이들이 서로 친한 것과 별개로 서로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는데, 모든 행동이 우아하고 새초롬하며 사람에게 플러팅을 잘하는 토스트와 달리 까미는 항상 우당탕탕이 었다. 사람 손이 닿는 걸 귀찮아하는 것도 사람 손 닿는 걸 좋아하는 토스트와 달랐다.


습식 사료를 주면 없어서 못 먹는 까미와 달리 토스트는 자기 기분이 안 좋으면 손으로 떠서 먹여주기 전까진 입도 대지 않아서 '공주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전반적으로 몸이 가늘고 유연한 토스트와 달리 까미는 발도 크고 통뼈라 뻣뻣한 편이다. 토스트는 앉으면 꼬리를 말아서 몸에 붙이는데 까미는 꼬리가 워낙 짧고 굵어서 말지 못한다. 그래서 원하는 게 있으면 사람에게 와서 말없이 꼬리로 다리를 감으며 플러팅을 하는 토스트의 재주를 까미는 하지 못한다. 대신 소리로 전한다. "야옹" 하고.



까미는 자기가 토스트보다 덩치가 더 커지기 전까지는 정말 열심히 토스트를 따라다니며 모든 걸 흉내 냈다. 토스트가 창틀에 올라가면 자기도 알라 갔고, 침대에 누우면 자기도 누웠다.


매미가 한창 울어대던 어느 여름. 창을 활짝 열고 찍었으면 배경까지 완벽한 그림이었을 사진이다.


토스트와 달리 인형이나 장난감을 갖고 노는 걸 좋아하는 까미에게 인형 창고인 막내는 금방 세상에서 둘도 없는 놀이 친구가 됐다.



까미가 조금 더 자라자 드디어 우리가 바란대로 고양이끼리의 교감과 놀이가 두 고양이들 사이에 시작됐다. 다행스럽게 서로 서열을 잡는 피 튀기는 싸움은 없었고 적당히 서로 쫓고 쫓기며 레슬링을 하는 등 사람이 해줄 수 없는 놀이를 서로 하며 자랐다. 가만히 지켜보면 어느 한 고양이가 서열 우위에 서서 갑질을 하기보다는 서로 친남매처럼 잘 지내고 가끔 다투고 하며 잘 지낸다. (며칠 전엔 토스트가 까미에게 그루밍을 해주고 있었는데 까미가 귀찮다고 밀어내자 토스트가 냥펀치로 꿀밤을 때렸다. 냥펀치를 맞고 난 뒤 까미는 얌전히 토스트의 그루밍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걸 보면 아직은 토스트가 무서운 누나 같기도.)


토스트처럼 맵시 나게 앉지 못하는 까미는 바닥에 그냥 철퍼덕 누워 버리는 습관이 있는데 마치 고양이 인형이 놓여 있는 것처럼 눕는다. 짧고 뻣뻣한 꼬리 때문에 더 인형같이 보이는데 관심을 끌고 싶을 때면 꼭 사람들 옆에 와서 아래처럼 눕는다.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서있다 움직이기 전에 바닥을 살피고 움직이는 버릇이 생겼을 정도.


이렇게 누우면 어지간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데, 그래서 "까미로 바닥 청소하기"라는 기술을 쓸 수 있을 정도다. (아래 동영상 참조)



집에 온 지 아직 1년이 안된 까미와 달리 토스트는 얼마 전 정확하게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가족들하고도 많이 친해졌고 그만큼 경계심도 사라졌다. 사람 옆에 와서 잠이 들 때면 고양이답지 않게 모든 경계심을 풀고 깊게 잠이 든다. 이때는 만지고 쓰다듬고 잡아당기고 해도 어지간해서는 눈도 뜨지 않는다. 이때면 발바닥 젤리를 원 없이 만져볼 수 있다.



인형과 장난감을 갖고 노는 걸 좋아하는 까미와 달리 토스트는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눈이 오면 온 집안 창문과 파티오 도어를 찾아다니며 눈 구경을 하느라 바쁘다. 그렇다고 나가서 노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추운 걸 싫어한다), 눈이 내린 오늘 아침에도 내가 데리고 나가서 눈밭에 놓아주자 번개같이 뛰어서 집 안으로 도망쳤다. 그리곤 한동안 현관에서 멀리 떨어져서 자길 안지 못하게 도망 다녔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우리의 바람대로 토스트는 첫째가 가장 안 좋았던 시기 첫째와 교감을 나누며 세상 누구도 해줄 수 없는 좋은 버디가 되어줬다. 지금은 마치 인기 관리라도 하듯 아이들 방을 돌아다니며 번갈아 잠을 자는데 아직도 첫째는 토스트만 보면 달려와서 쓰다듬고 간다. (까미도 한몫해주고 있는데, 토스트가 다른 방에서 자는 날이면 까미가 첫째의 방에 들어가서 잔다. 비록 토스트처럼 부비부비는 안 하지만 까미가 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첫째의 마음이 크게 안정된다.)


잠잘 때 미소가 세상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 이 예쁜 암고양이가 얼마나 오래 우리 가족과 함께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이 고양이가 우리 가족에게 준 평화와 사랑만큼 어쩌면 그 이상 우리 가족도 사랑을 쏟아부으며 함께 지내고 있다.


늘 이렇게 행복하게 웃으며 아프지 말고 천수를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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