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761일차 -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유단자 수련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유단자들만 참석할 수 있다. 그 것이 유단자이기 때문에...(끄덕) 아니, 이게 아니라! 유급자 과정을 통해 몸을 만들어둔 다음, 비로소 태권도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다듬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급자 과정은 10급부터 1급까지 숫자가 역순으로 덜어지지만, 유단자 과정은 1단부터 차근차근 올라가게 된다. 창시자 님께서는 유급자 과정은 태권도 외의 움직임을 버리고 줄이기 위한 것이요, 검은 띠를 받으면서부터 비로소 성을 쌓듯 하나하나 진짜 자신의 태권도를 쌓아올리는 것이라고 하시었다. 그러므로 겉보기엔 고작해야 유급자들과 도장 절반 나누어 훈련하지만, 그 내용과 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유급자 시절 아무리 배웠어도 좀처럼 체득되지 않는 회전이나 싸인 웨이브의 원리에 대해 다시 짚기도 하고, 틀과 발차기를 아주 천천히 해보기도 하며, 어떤 날은 맞서기를 피터지게 붙기도 한다. 아무렴, 언제까지 신체적 우위가 있다고 아르헨띠나나 러시아 선수들에게 매번 밀리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근데 동구권 선수들의 강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요, 가라테나 쿠도, 산타 등에서도 자주 보이는 일이라더라.)
요즘 내가 푹 빠진 훈련은, 좌우에 1kg씩의 아령을 들고 틀을 반복하는 일이다. 그동안 몸을 오래 쉬기도 했고, 왼쪽 어깨가 아직 시원치 않으니, 몸도 데울 겸 준비체조 삼아 유급자부터 2단까지의 틀을 1회 쭈욱 반복한다. 기초 발차기를 다시 연습한 다음, 이어서 두 손에 아령을 들고 아까 했던 틀을 반복한다. 이후 찌르기, 반달찌르기, 올려찌르기 등의 주먹 기술을 역시 아령으로 연습하고, 마지막으로 발놀림에 주의하며 도장을 가능한 넓게 쓰면서 섀도우를 하면 하루의 훈련은 끝이다. 정리운동으로 근력과 유연성 운동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하면 얼추 두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온 몸이 땀으로 푹 젖어 녹초가 된다. 총각 시절에는 매일 3~4시간씩 훈련하면서 주 5일을 보냈는데, 아내와 신혼의 단꿈을 즐기고, 아이를 보다보니 어느 틈에 몸이 약해지고, 예전부터 있었던 몸의 결점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하면 된다. 집에서는 스트레칭과 주로 근력 운동을 하면서 어깨를 주의깊게 점검하고 있다.
그러므로 1주일에 한번씩 방문하여 어깨를 보이는 병원의 진료일이 되었을 때, 나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고 의사 선생님께 으스대며 말했고, 선생님은 팔굽혀펴기는 아직 안된다며, 정 하려면 각도는 가능한 높게, 그리고 횟수는 가능한 적게 하여 10개를 넘기지 말라고 했다. 팔굽혀펴기 10개라니, 무슨 유치원생도 아니고, 속으로 고시랑고시랑하였으나, 가뜩이나 발목과 무릎이 부실한 상태에서 나이는 들어 늙는데다, 맞서기에서는 언제나 주먹 기술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는 탓에, 이제는 왼손으로 반달찌르기나 올려찌르기를 쳐도 어깨에 큰 부담이 없어 그냥 네~ 알겠습니당~ 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내 다음으로는 바로 배는 좀 두둑히 나오셨으나 목과 팔뚝이 굵고, 금목걸이에 시계가 번쩍이는, 그야말로 '헬창 아재' 가 사모님과 함께 들어가신 모양인데, 여기도 딱 보아하니 내 다쳤을 때 아내의 얼굴마냥 사모님 표정이 좋아뵈지가 않는다. 요거 아주 재미있겠고나야~(북한 애니메이션 '령리한 너구리' 주인공 억양으로 읽어주시면 좋습니다.) 하는 마음에 내심 물리치료실 순서를 기다리며 귀를 쫑긋하고 있자, 아니나다를까, 아주머니의 한숨 섞인 앙칼진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 어휴, 그 놈의 그 무거운 것 좀 그만 좀 들으라니까, 누가 시켜? 누가 돈 줘? (약간 억울하신 말투로) 아니, 괜찮다니까, 나 아직 멀쩡해! 이거봐, 이거봐봐! (일어나서 막 무릎을 굽혔다 펴심) 아휴, 그만해! 선생님이 수술하라잖아! 그 놈의 운동도 좀 그만하고, 술도 좀 그만 마셔! 아, 정말이지 우리 아내도 똑같이 말하는 '그 놈의 운동' 에서 대체 그 놈은 누굴 말하는 것일까. 나는 술을 좀 좋아하긴 하지만, 태생적으로 담배도 아니 태우고, 도박도 아니하며, 그저 책 읽고 살림하는 취미가 있는 남자일 뿐인데, 운동 얘기만 나오면 썩 잘하지도 않는데도 늘 아내의 걱정을 산다. 남의 편이라서 남편, 남편들의 숙명인가. 이래놓고 오늘도 훈련을 나가는게 유우머.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