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이 부르셨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한다고.
교복 같은 조끼에 흰 셔츠를 받쳐입은 너는 여전히 학생처럼 어려뵈고 멋있었지만, 조금씩 얼굴에 견고함도 보였다. 하기사 너나 나나 언제까지 스무살 때처럼 살 수는 없었다. 너는 결혼하면서 우울을 버렸다고 했는데, 그 말이 참 내게는 오래 남았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무언가를 버려야하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거리에서 일하면서 가끔 짬이 날 때마다 들렀던 너의 까페에서, 너는 언젠가 글을 쓰기 위한다면 삶도 내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었었다. 그때의 너는, 마치 나이를 먹어버린 아오이처럼, 삶의 뒤켠 어덴가로 숨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스스로 삶의 영역을 줄여서, 이제는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매일 회사로 나가고, 가정을 건사하고, 태권도를 하고, 책을 읽고, 술을 마신다. 일기를 주로 쓰지만 습작을 할 엄두는 아직 나지 않는다. 노래는 술자리에서 혹은 노래방에서나 부른다. 춤은 추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며 살 수는 없다. 겨울은 날이 일찍 어두워진다. 나는 온 몸을 퍽퍽 두드려맞은 채로, 망가진 몸을 끌고 너와 함께 술을 마셨고,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내 온 몸에는 피멍이 가득했다. 마음의 멍은 아는 사람들만 알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