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765일차&번외편 - 요즘의 훈련 내용들은.

by Aner병문

많이 걸어도 발바닥이 아프지 않고, 팔굽혀펴기를 해도 어깨가 아프지 않으니 신이 난다. 물론 예전에 고장난 무릎과 발목은 비올 때마다 더욱 시큰거리고, 따라서 오래 걸을 때는 충격을 줄여주지 못하므로 젊었을 적처럼 몸을 막 쓸 수는 없겠구나 싶어도 몸이 덜 아파 운동을 할 수 있으므로 신이 난다. 아직도 어깨를 닭날개마냥 접어 비틀어올리면 약간은 지끈거리고, 팔굽혀펴기를 한 번에 스무개씩만 해도 지쳐 나가 떨어지지만, 그래도 다시 할 수 있으니 신이 난다. 약간 다른 이야기로, 조선에 억만재 김득신이 있다면, 청 말기에는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한 증국번이 있다. 비록 훗날에는 한림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높은 학식을 자랑했으나 젊었을 적에는 그 역시 농사꾼의 아들로 단지 끈기만이 대단했을 뿐, 총기는 좀 모자랐다고 한다. 증국번은 밤새워 책을 읽고 외웠지만, 열 자로 된 한 구절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밤새 외우고 또 외우기를 즐겼다고 하는데, 어느 날도 책을 읽다 동이 틀 때쯤 홀연히 한 사내가 대들보에서 내려와 뺨을 후려치며 '얌마! 밤새 듣다가 내가 외웠다! 밤새지 말란 말이야!(김국진?!!)' 벌컥 화를 내고 가버렸다고 한다. 알고보니 이 사내는 양상군자- 즉 도둑이었는데, 식구들이 모두 자기를 기다려 물건을 훔치려고 대들보에 매달려 있다가 어린 증국번이 밤새 한 구절만 가지고 씨름하느라 밤을 새우자 본인이 화를 내고 가버린 것이다. 내 태권도뿐 아니라 다른 무공들도 역시 본디 그렇게 실력이 대단치 않고, 한동안 쉬었으니 그 때보다 더 낮을 테지만, 그래도 증국번, 김득심마냥 다시 훈련할 수 있으니 신이 난다. (이 말 하려고 그렇게 청나라 말기 예까지 끌어들인 역시 아재의 수다...)




그러므로 요즘의 도장 안과 밖에서 훈련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트렛칭을 하고, 1kg짜리 아령을 들고 사주찌르기-막기부터 2단 틀의 충장 틀까지 한 번 쭉 연무한 다음(2단 틀 마지막인 고당 틀은 맨손으로도 하고 힘든 것인데 아령까지 들고는 도저히 못하겠닼ㅋㅋㅋ) 앞차부수기, 돌려차기, 옆차찌르기 기본 발차기 3종류를 자세에 맞게 연습한다. 8단계짜리 풀업밴드로 다리 스트렛칭 겸 근력 운동도 해주면 더 좋다. 그 다음 다시 아령을 들고 이번에는 충장 틀부터 사주찌르기-막기까지 내려온다. 다시 마치면 바로 찌르기, 반달찌르기, 올려찌르기를 아령을 들고 연습한다. 체력이 남으면 섀도우를 몇 라운드 해주고, 시간이 없다면 바로 단련으로 넘어가서 손칼과 주먹을 단련대에 친 다음, 팔굽혀펴기와 복근 단련, 버티기, 앉았다 일어나기, 스트렛칭을 해주면 하루 훈련이 끝난다. 집에서도 시간이 나면 공간이 좁아 틀을 할 순 없으니 대신 추켜막기, 바깥팔목가운데옆막기, 찌르기 등의 기본 기술을 아령으로 연습하고 맞서기 기술과 체력 단련의 연습량을 더 늘린다. 아내는 부엌에서 내가 풀업밴드로 굳어진 다리를 올리느라 낑낑대는 모습을 보더니 그렇게 매일 훈련을 했다면 살이 안 붙는 것도 당연하고, 몸이 망가져온 것도 당연하다고 했다. 아내의 말인즉, 어데 올림픽 나가세요? 어림없지! 그러므로 아내와 아이가 없는 지난주 목요일이나 오늘 같은 날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도장에 가서 도복을 입고 후다닥 땀을 빼고 와야 하는 것이다. 하여간 이렇게 훈련하고 나면 온 몸에 끈적한 육수 같은 땀이 줄줄 흘러서 개운하기 짝이 없다. 어서 예전의 몸을 되찾고 싶구먼.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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