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두소인 禿頭小人의 신新 세설신어 世說新語
1. 무안공항 참사
ㅡ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열번 말해도 부족합니다.
ㅡ 정치적으로 이용해먹으려 하는 인간들부터, 말도 안되는 조롱투 댓글.다는 인간들까지, 당신들 미치지 않고서야. 당신들 진짜 하늘이 내려다본다. 세상사, 안 그럴거 같지?
ㅡ. 국가애도기간, 슬픔을 강요한다는 댓글들에 대해서 : 일리가 있습니다. 논의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도 나오지요. 슬픔에도 거리와 규모가 있는 법입니다. 맹자의 양혜왕 이야기처럼, 사실, 요즘처럼 대중매체가 발달해서 아주 먼 곳의 참사도 모를수가 없게 되었지요. 요컨대 자신이 할수 있는만큼 하는 겁니다. 누가 즐거워하더라 감시할 필요도 없고, 즐거운 일은 스스로 조용히 즐기면 됩니다. 각자에게 맡길 일입니다.
ㅡ 다만, 젊은 트롯트 가수가 고민 끝에 공연을 강행했듯, 같이 노는 큰 행사에 대해서는, 관련있는 이들의 생계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겠습니다. 또한 자꾸만 이러한 큰 참사에 대해 여러가지 몰상식한 해석을 덧붙이는 일 또한 삼가야겠습니다.
2. 대통령 농성
ㅡ. 삼국지인가요. 한 나라의 수장이자 가장 큰 어른이셔야할 분이 스스로 두문불출 칩거하고 농성하여 천하를 도모한다는 이야기는 딱 한번 들어보았습니다.
ㅡ. 정사도 아니요, 소설로 각색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북방을 호령하던 특수기병대 백마의종 의 대장이자 유비 현덕의 동문이기도 한 북평 태수 공손찬은, 하북의 패권을 다투던 원소와의 싸움에서 밀리고 밀려 역경루, 라는 거대한 성 속에 틀어박혀 웅거합니다. 하나뿐인 아들을 황건적의 후예인 흑산적의 두목 장연에게 보내어 동맹을 꾀해보지만, 사세오공(四世五公), 즉 4대에 걸쳐 공신이었던 명문귀족 원소의 아들들에게 모조리 들켜, 아들 공손속은 죽고, 열 겹이나 된다던 역경루의 성벽조차 모조리 무너져 결국 일생을 마감하지요. 한때 선비족을 무찌르며 고대 중국 북방을 평정했던 기병전의 대가인 공손찬이 이미 3년이나 농성하게 되었을때 사실 그 스스로가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ㅡ 경호처의 무인들은, 명령에 먹고 사는 월급쟁이들이며 또한 누군가를 경호해야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에게는 법보다 생계가 차라리 가까울지 모릅니다. 경호처장마저도 대국민담화를 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어쩌다 경찰과 법에 맞서 관저 앞에 철조망까지 치는 사태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공수처는 아예 수사권까지 놓아버리고 말았지요.
3. 사랑. 배려.
ㅡ. 지하철 광고를 무심코 보다 좀 놀랐습니다. 전화기 영상을 보며 커피를 들고 가던 여성이 누군가 부딪힐뻔해서 앗차 싶어 커피를 서둘러 마시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내용의 공익 광고였습니다. 전화기와 음료수를 든 채 걷다보면 누군가와 부딪힐수도 있으니 조심하자는 내용이었는데, 많이 놀랐습니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옛 미국 민담의 제목처럼, '우리가 배워야할 것들은 모두 유치원에서 배웠다.' 아닐까요. 이제 이런 내용까지 광고로 나오는가 싶어 솔직히 좀 많이 놀랐습니다.
ㅡ. 사실 남말할 처지는 아닙니다. 저도 아직도 아이 앞에서 무심코 침을 뱉다, 오히려 아이 앞에서 '아빠, 지저분하게 침을 거리에 뱉으면 안되지!' 먼저 혼나기도 하고, 소은이가 갓 나왔을 시절에는, 피로에 지쳐 기저귀를 아무데나 버렸다가 청소하시는 분께 크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하필 그때도 그 해의 철학VS철학을 읽고 있었던 중이라 책을 덮고 크게 우울해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읽으면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던 계기인지라, 가능한 어디서든 더 많이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ㅡ. 갈수록 사람과 대면할 기회가 적어지려는 듯한 세상입니다. 사람 자체가 태어나는 일도 줄고 있으니 당연할까요. 사람을 대하는 법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잘 모른다면, 차라리 내가 먼저 조심해야할 일입니다. 실수해놓고 나서 미처 몰랐어요, 생각을 못했어요, 라고 말할 나이가 나 역시 지나버렸습니다.
4. 아론 카터 Aaron Carter
ㅡ. 돌아가신 줄 몰랐습니다.
ㅡ. 정 선생님의 글과, 그리고 팝에 대해 몇 마디 말씀 나누다 불현듯 생각난 가수였습니다. 저는 십대 후반 들어서야, 비로소 음악을 조금 주체적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까지는 대중음악에 대해 잘 몰랐고, 거의 관심도 없었습니다. 어쩌다 어른들 오시면 용돈 받으려고 TV에서 자주 들리던 대중가요나 흉내내던 정도였을까요. 어렸을때에는 무공은커녕 기본적인 체육 활동에도 관심이 없었던만큼 오히려 고전 록Rock부터 시작해서, 음악 좀 해보겠답시고 남몰래 시건방 떨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노래는... 그럭저럭 합니다. 대회 나가서 상도 몇 번 타왔고, 부르는 것도 좋아하구요^^;;
ㅡ. 아론 카터는 그렇게 음악에 대해 관심도 없었을 때부터 알던 가수긴 합니다. 어머니가 공부할때마다 EBS 교육방송을 보라고 전원을 연결하고 켜주시던 작은 TV에서, 내 기억이 맞다면 중2 영어 교육방송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며, 틀어준 뮤직 비디오는 지금도 선연히 기억납니다. 마치 해리 포터 영화에서 말포이 역으로 열연한 탐 펠튼(얼마 전에야 알았는데, 이 친구, 애나 앤드 킹에도 나왔더군요^^;; 주윤발 따꺼가 몽쿳 왕 역할을 참 잘하셨는데..) 과 그 유명한 에드워드 펄롱을 섞어놓은 듯한 미소년에 당시 코맹맹이 소리로 부르던 I'm all about you는 동서양 소녀들의 심금을 울리기 충분했었습니다. 지금처럼 저작권이다 뭐다 해서 거리 밖에서 음악 트는 일이 인색치 않던 시절이라, 소위 말하던 '길보드 차트' 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던 노래였어요.
ㅡ. 그의 형은 그 유명한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닉 카터였고, 그의 어린 데뷔에도 큰 영향을 끼쳤지만, 아론 카터가 장성하면서 서로 사이는 별로 좋지 않았던 듯합니다. 소년등과 부득호사(少年登科 不得好死)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나홀로 집에, 의 맥컬리 컬킨이나 터미네이터의 에드워드 펄롱 등을 비롯해 사실 젊은 날 출세한 연예인들 중 말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지요.
ㅡ. 부모가 되어보니 더욱 느낍니다. 가정을 갖고, 자녀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고집스러워지고, 속이 좁아지고, 선 밖을 나가고 싶어지지 않는 이가 됩니다. 우리는 이를 꼰대 라고 흔히 표현하고, 일찍이 황석영 선생은 개밥바라기별, 에서 '어디서 본듯한 아저씨가 되어 있을거다' 라고 멋지게 돌려 표현합니다. 무조건 보수적으로 변해야된다는 뜻이 아니라,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아야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아무리 출세한다 한들, 백만금이 있다 한들,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귀중한 가정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양성애를 해가며 남자와 여자를 모두 품는다 해도, 끝내 나와 함께 할 사람이 없어 약을 섞어 마시고 욕조에 죽어야 한다면, 그 많은 인기가 무슨 소용일까요. 그 유명한 마릴린 먼로조차도, 문 밖에는 자신을 사랑한다 외치는 수많은 팬들이 있지만, 사실 삶 속에서는 늘 홀로 초라하게 있는 스스로를 견디지 못했지요. 그러므로 혼자가 언제나 멋있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혼자가 아니어도 외로울 수 있지만,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다는 것은, 비할데 없는 큰 축복과 행복이라는 사실을 요즘 많이 느낍니다. 지금이야말로, 오래전 유명한 일본 소설가가 쓴 소설을 멋지게 번역한 제목 그대로, 상실의 시대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