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올해의 마지막 술상

by Aner병문

세상은 갈수록 강팍해졌다. 누군가의 손발로 막을 수 있는 물결도 아니었고, 적어 기록하고자 한들 의미도 없는 뒷말에 지나지 않았다. 나와 아내는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쓰고 교대로 잠을 자며 아이를 돌보았다. 크리스마스 전날에는 고맙게도 어머니 아버지가 서울로 데려가주시었다. 저 애비와 둘이 있을 때는 아빠 한 번 해보라 애걸복걸해도 딱 한 번 외쳐 늘어진 제 애비를 벌떡 일어나게 하고는 별말없이 딴청이더니 조부모님 집에 가서 방언 터지듯 아빠를 연달아 불러 제 애비를 머쓱케 만들었다.



부부만 있는 집에 벗들이 찾아들었다. 좋은 술 한 병 끼고 오고, 또 제 언니와 형수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다주어 아내는 정말 즐겁고 행복해했다. 추운 날씨에 미세먼지, 코로나가 겹쳐 아이와 산책조차 갈 수 없어 답답해하던 아내는 정말 신나했다. 나는 그 날 주 4일째 술을 마시던 날이라 삼십구도짜리 공연주 한 병의 마지막 잔을 끝내 아내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아내와 벗들의 말에 의하면 맨정신에도 잦던 주책이 심했다니 머쓱할 따름이다. 다만 방역을 지켜가며 먹던 술상에서 너가 하던 말이 생생하다. 너무나 오랜만에 같이 모여먹는 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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