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50일 사진을 찍으며.
물론 아내와 9월 첫날에 만나 12월 첫날에 결혼했으며, 주말부부 한 1년쯤 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어여쁜 딸아이와 찾아와 아내가 힘겨워하던 모습도 잠시, 아이는 순식간에 우리 삶에 나타났고, 50일 사진을 찍으러 오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그제서야 100만원 들여 겨우 고친 어깨가 다시금 녹아내릴듯 아파도, 늘 안아 흔들며 얼러야 했던 딸아이의 무게가 더욱 실팍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전 사진을 보니 미숙아 몸무게를 살짝 넘겨 아슬아슬한, 작달막한 갓난아기는 어디 가고, 이제는 누가 봐도 제법 볼살이 올라 퉁퉁하며, 어데서나 용을 쓰며 똥오줌을 푸짐하게 내놓는 아이가 되었다. 오랜만에 주말에 쉬게 되어 잠시 도장과 교회를 다녀왔는데, 보는 사람들마다 왜 이리 살이 쪘냐고 놀라시니, 시간이 빠르긴 빠르다.
아내의 만삭 사진을 촬영했던 사진관으로 다시 가자마자 사진 찍어주시는 젊은 여성직원들이 박장대소를 한다. 어쩜 그렇게 아버지랑 똑같이 생겼냔다. 역시 평생을 아기들 사진 찍어주며 밥 드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아이 울지 않게 달래고 시선을 끄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카메라 쪽에서 직원 하나는 손수건을 들고 춤을 추는가 하면, 아이의 시선이 잠시 떨어지거나 울먹이려고 할때, 재빨리 관자놀이를 살짝 두 손가락으로 꼬집어 올려주는데, 마치 웃는듯한 그 미묘한 순간을, 카메라 잡은 이가 번개같이 잡아 찰칵찰칵 찍어올렸다. 교회에서 그 사진을 보여드리니, 벌써 두살 난 아들을 둔 동갑내기 목사님 따님 얀미부터, 사실상 교회의 거의 유일한 총각인(교회의 동갑내기 다른 총각들인 찬수 씨나 요셉 씨는 진짜 일년에 한두번 볼까말까 하니까..ㅋ) 내 결혼이 언제나 성사될까 고대하셨던 노부인들이(우리 교회 평균 연령이 보통 환갑..) 하나같이 이뻐죽겠다고 와그르르 웃으신다. 동갑내기 얀미는 훤칠힌 전도사님과 나보다 좀 더 일찍 결혼하여 2살짜리 아들을 두고 또 조만간 둘째를 보겠다 벼르는데, 그 동안 우리 딸만 돌봐서인지 얀미와 똑같이 생겨 속눈썹이 길고 인상이 고운 오늘이가 그 날따라 무척이나 커보였었다.
모처럼 하루 날을 잡아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셔 식사를 대접했다. 말이 식사 대접이지, 돈만 우리가 낼 뿐, 결국 대부분의 식자재를 어머니가 다 가져오셔서 직접 처리하셨는데, 어머니의 오랜 지인께서 직접 가져오신, 흙내가 물씬 배어 고소한 자연산 회에다가, 이 시절에는 늘 맛 볼 수 있는, 어머니의 도다리 쑥국이 과연 일품이었다. 도다리는 제철이라 알이 가득하고, 바다 쑥은 철이 약간 지나 질겼지만, 그래도 향이 가득하여 아내가 모처럼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아버지와 나는 근 석 달만에 자연산 회 3킬로그램도 모자라서 인근 회집에서 회를 또 떠다가 한 접시 더 하여 모처럼 만취했는데, 과연 양식 회는 자연산에 비해 훨씬 달고 흐늘거렸다. 소주 3병을 마시고도 모자라서, 아버지와 나는 결국 밥 잘하는 유진이가 내 결혼 초에 담가준 야관문주를 풀었는데, 2년 가까이 숙성된 야관문주의 향은 실로 아찔할만큼 독했다. 그날따라 몹시 순했던 손녀딸의 눈을 들여다보며, 아버지는 더할나위없이 즐거워하시면서도, 이제 여동생만 가면 더 바랄게 없겠다는 말씀을 반복하시었다. 딸은, 사범님이 마련해준 역류 쿠션 위에서 큰 눈을 데룩데룩 굴리며 멍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또 어찌나 귀여운지, 부자와 고부가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들여다보기 바빴다.
모처럼 마신 술이 잘 깨지 않아 주일은 다소 힘들었다. 보는 사람마다 살이 쪘다고 혀를 차니 어서 운동해야되는데, 하면서도 몸에 기운이 없어 아이를 돌보며 그냥 늘어져 있었다. 어깨와 발바닥이 도로 도져서 참 큰일이다. 아내는 훈련을 잘 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나 때문에, 가방에 항상 속옷과 수건을 넣어다니라고 조언했다. 가끔 시간 날때 아내의 허락이 떨어지면 퇴근하면서 바로 도장을 다녀오라는 배려였다. 책은 어디서든 읽을 수 있고, 아이를 달래면서도 영어 단어나 일본어는 외울 수 있지만, 태권도는 아무데서나 손쉽게 하기가 아직 어려우니 못내 아쉽다. 내 무공이 아직 얕고, 몸이 약하여 더욱 그렇다. 집에 있으면 아이에게 온통 신경이 쓰여 땀을 내어 무엇을 하기가 몹시 어렵다. 아내는 오늘도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