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회사 생활을 위해
"Okay! I love your idea! Let's do it from next week! I will let my leadership team know of it!"
다음 주요...???
다이슨 코리아 지사장님으로부터 위와 같은 답 메일을 받고, 난 바로 내 라인 매니저였던 - 또한 위에 언급된 'my leadership team'의 한 명이었던 - 분께 급하게 메일을 썼다.
우리 회사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있어서,
지사장님께 먼저 공유드렸는데, 바로 승인해 주셨고 다음 주부터 하자고 하신다.
아마 지사장님이 당신께로 곧바로 찾아올 거 같으니, 미리 메일 드린다.
우리 팀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무가 아닌 회사 전사적인 내용이라서 바로 사장님께 제안했었다, 혹시 문제가 된다면 다음부턴 승인받고 가도록 하겠다.
이 메일을 보내고 10분쯤 지났을까?
팀장님이 찾아오셔서 이야기 들었다고, 자기도 그 아이디어가 매우 맘에 든다고. 잘해보자고.
그리고 자기에게 바로 메일 쓴 것도, 커뮤니케이션 관리 측면에서 잘했다고. 사장님이 찾아왔을 때 자기가 해당 내용을 다행히 인지한 후였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운이 좋았고, 좋은 분들과 일하고 있어서 이게 먹힐 수 있었다.
내 제안을 그 자리에서 승인해 주신 오픈마인드의 외국인 지사장님이 있던 운.
그리고 본인을 스킵하고 바로 위로 들이밀었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서포트해 주신 팀장님이 있던 운.
그리고 내가 바로 이메일을 팀장님께 쓸 수 있었을 만큼 잠깐의 시간이 있던 운.
내 아이디어는 이랬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였는지, 혹은 다른 비즈니스 매거진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어디선가 'Fix It Week'라는 기간을 도입한 IT 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이 기간을, 그동안 풀지 못했던 많은 시스템 버그들을 해결하는데 집중했다. 문제들을 리스트업 하고, 우선순위를 매겨서, 높은 문제들부터 푸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걸 특정 주간을 정해서 전사적인 노력으로 해결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고, Bottom-up으로 문제가 리스트업 되고 풀 문제를 직접 정한다는 것에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난 이걸 다이슨으로 가져왔다.
한 달 동안 누구나, 익명으로 혹은 본인을 밝히고 회사 근무 환경 혹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제안을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다. 이후 이 이슈들을 취합해서 전체 메일을 보내고 - 어떤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지 투표를 받는다. 여기서 상위에 오른 이슈들을 리더십팀에 가져가서 이 이슈에 동의하는지, 동의한다면 필요한 서포트 (특정 팀의 리소스 혹은 개발에 필요한 비용 등)를 해줄 수 있는지를 리뷰하고, 최종적으로 승인받은 문제에 대해서 빠르게 해결한다. 그리고 이걸 매달 반복한다.
이 이니셔티브를 런칭 후, 많은 제안들이 들어왔다.
플래닝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 아이디어, 다이슨 제품에 대한 임직원 렌털 프로그램, 직무 순환 제도 등.
이 제안들을 취합하고, 리더십팀과 논의하고, 이후 해당 이니셔티브에 연관되어 있는 팀과 TF를 만들어서 진행하고. 마무리하면 다시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고.
좋은 동료들과 리더분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기본적으로 이 프로젝트의 PM은 나 혼자였고, 내가 계속 시간과 노력을, 그리고 때로는 감정적인 소모까지 쏟아야만 했다. 어떤 제안은 A/B 팀에는 좋았지만 C팀에게는 매우 불쾌했고, 모든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 나는, 때로는 내가 전문지식이 없는 사안에 대한 내용까지 모두 듣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내 기존 Logistics Manager 로서의 업무와 병행해야 했다.
하지만 뿌듯했다.
즐거웠고. 임팩트를 만들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었고, 회사로부터 인정도 받았다.
그런데.
이게 지속 가능했을까?
지속 가능한지의 여부는 담당자가 없을 때, 여전히 그 프로그램이 유효한지를 보면 된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Fix-It Week는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누군가 열정적으로 계속 프로그램을 이끌어가야만 했고, 이걸 본인의 업무와 더불어 병행해야 했다.
반년 후 내가 다이슨을 떠난 후, Fix-It Week는 그대로 종료되었다.
다행히 그 안에서 나왔던 임직원 렌털 프로그램은 이후에도 계속 운영이 되며, 직원들의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애사심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이렇게 직원들 각자에게 직접적으로 이득이 되는 프로그램은 잘 안 없어진다)
...
내가 이걸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시간이 남아서?
아니. 다이슨은 극도로 일이 많은 회사 (쿠팡과 같이)는 아니었지만, 충분한 수준의 다양한 이니셔티브들과 각종 이슈들로 항상 바쁜 회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걸 한 이유는 명확했다.
임팩트를 만들고 싶었고.
지금 역할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이슨이라는 회사 안에서 그리고 제조업이라는 틀 안에서, 나는 조금씩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어떤 업무를 더 확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확장할 수 있다면 그 속도는 어떤지.
팀장님과 다양한 측면으로 논의했지만 확장성과 속도 양쪽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고, 두 가지 모두에서 분명한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입사 후 3년이 될 무렵.
내 이력서가 썩고 있다는 강한 위기감을 느끼며.
한 미국 유니콘 회사와 두 달에 걸쳐 8차 인터뷰까지 진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