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외출을 하고 장을 봐가지고 왔다. 오늘따라 대구탕이나 홍합, 전복 같은 것이 눈에 띄였다. 배는 고픈데 입맛이 없어서 먹는 것에 신중하게 된다.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먹고 기운을 차려야 겠다. 내일 가는 꽃구경이 기대가 된다. 날씨가 오늘같다면 다닐만 하지 않을까 한다. 일상 속에 그런 쉼이 없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할 것인가. 나는 어쩌면 이렇게 중년에 딱 맞는 모임을 갖게 되었나 모르겠다. 중년 여성에 장미꽃이라니 이렇게 찰떡인 조합도 있을까. 아직도 나의 정체성은 중년이 아니어서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된다. 나는 언제쯤 내 나이가 중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될까. 요즘은 사람들이 젊어 보여 나이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나도 내 나이를 말하면서 놀랄때가 있다. 왠지 장단점이 분명할 것 같은 나이. 이 나이에 등단도 하고 아줌마 모임도 있고 나는 마치 중년의 정석 같다. 내가 원했던 것인지 아닌지 사실 좀 헷갈린다. 근데 결론적으로 모두 좋은 일이 되었다. 이후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가 될 정도다. 나머지 인생을 아름답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좀 더 나 자신을 소중히 하고 지혜롭게 나이들어가고 싶다. 예전에는 심리학과 관련된 책들도 많이 읽었는데 요즘엔 그런 글들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다. 차라리 자연의 신비를 이야기하는 책들이 위로가 된다. 아니면 아주 다른 이야기이거나. 최근에 빍은 밝은 밤이나 흐르는 강물처럼은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단숨에 읽어내린 책들이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때로 인생에 결단이 필요하고 새로운 만남과 떠나감을 받아들여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작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어려운지. 난 아직도 방법을 잘 모르겠다.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모임을 하면서 사람들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된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늘 기분좋게 해준다. 미소 조차 인색한 내게도 간식과 꽃을 건넨다. 다양한 곳에 함께 가서 감동을 나누고 새로움을 나눈다. 이 나이에는 역시 놀아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이 또한 주님의 뜻이려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