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구인의 사색 1

by 김정은

한 개의 별, 그 별이 가장 고독하게 되는 순간이 언제인지 검푸른 바닷 속 조명 하나에 의지한 채 목적지를 찾아 헤매는 스킨스쿠버처럼 우주를 들여다 보고 있어, 네 깊은 동공 속은 검은 물로 가득찬 늪이었다가, 발 붙일 땅 한 뙈기 없는 우주 속에서 중력이 그리운 미아처럼 서러움의 강이었다가, 어느 쇠락한 크로아티아 귀족의 성에 방치된 보잘것 없는 미로 정원이었다가, 붉디 붉은 양귀비가 무서울 만큼 아름다웠던 6월의 들판 이기도 했어


화성의 대지는 철분이 많아 붉게 보인다는데, 내 몸의 철분들도 밤 사이 그 곳으로 날아 갔나 봐, 새벽에 내린 찬서리에 미끄러져 그만 발목 뼈가 부러지고 말았어, 젠장, 그 때 난 잰걸음으로 걸으면서도 지구의 고독에 대해 생각했어, 내 집 뒤편에도 자작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있었더라면 출근하는 길에 사색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텐데, 있잖아,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사라지고 나면… 그러니까, 풍화되어 붉은 암석과 먼지만 남은 화성을 생각해 봤어, 생기로 가득한 지구 옆에 놓인 화성의 정제된 고독은 어떤 의미인 걸까


네 입술이 마른 풀처럼 버석거리자 세상은 급격하게 노화해 버렸지,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개들이 찌익 갈기고 간 자리에 남긴 오줌 자국처럼 비루하고 초라할 뿐이야, 어떤 영화에서 형형색색의 보석을 모아 손가락을 튕기니 인류의 절반이 사라져 버리더라, 나도 그렇게 내 뜻과 상관없이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 누군가 나를 화성으로 순간이동 시켜주기를 바라, 생명이 움틀거리는 세포들 대신 붉은 철분가루 같은 흙먼지로 가득하고 싶어, 공허한 우주 공간에서 그저 순수한 고독으로 남아 존재하고 싶지 않은 존재이고 싶어, 의미 없는 의미로 남아 활자로 박제되고 싶어, 무한한 공간을 떠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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