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사는 화성인 5

by 김정은

너의 별은 너무 작고 물기가 많아

퍽 슬펐지

반짝거리지 않는다고

별이 아닌 것은 아닌데

길 잃은 아이처럼

자꾸 울기만 해서

너를 관측할 때마다 천문학자들은

퍽 난감했지


물고기처럼

우주의 바다를 누비던 시절,

너의 작은 별에서

나 잠시 머물던 그때

너의 비릿한 습기는

건조한 나의 피부를 보호하고

아가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던

방사능을 막아 주었지

바다처럼 파도가 출렁이던

네 눈에 살포시

입을 맞추고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소리를

네 귓가에 들려주면

네 눈물은 점차 사라지고

너의 별은 반짝거렸어


천문학자들은 마침내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고

무슨무슨 과학 저널에 발표를 하고

알파벳과 숫자로 된

의미 없는 이름을 붙여주었어

너의 별에 물이 있던 흔적을 찾은

과학자들은 환호하고

너에게 가기 위해 탐사선을 개발했지


금속성으로 된 기계가

이제는 건조해서 먼지만 날리는

너의 별에

처음 착륙하던 날

작고 물기가 많아

불투명하던

너의 별은 영영 사라져 버리고


까만 우주 속

무의미들이 점차 빛을 밝히자

운명을 피해 도망치던

방랑자는

그렇게 지구에 몸을 숨겨

깊고 어두운

블루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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