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초등학교는 6월 29일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9월 7일에 개학을 하니 방학기간이 꽤 긴 편인지요. 한국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억울하다고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캐나다는 여름 방학이 긴 대신 겨울방학이 짧은 편이에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2주간만 방학을 합니다. 그리고 3월에 한주간 봄방학을 하지요.
북미지역의 여름방학이 시작된 계기는 아이들을 쉬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름 기간 동안 부모님을 도우라는 의미에서 였다고 합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미국도 캐나다도 농업이 주된 산업이었기 때문에 밀과 옥수수를 추수해야 하는 여름 시즌에 손이 많이 필요해서였지요.
요즘의 여름방학은 의미가 달라져서 아이들이 뜨거운 여름동안 충분한 쉼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한 학기동안 언어가 다르고 인종도 다른 학교에서 적응하고 공부하느라 나름대로 고군분투했을테니 늦잠도 푹 자고 하고 싶었던 게임과 웹소설, 카카오톡 등으로 저 나름의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엄마인 저도 아이들의 방학을 무지~~하게 기다렸다는 것! 늬들은 아니? ㅎㅎㅎ
캐나다 초등학교는 무료급식 체계가 없기 때문에 집에서 도시락을 싸 주어야 합니다. 도시락 뿐 아니라 리세스(Recess, 쉬는 시간)에 먹을 간식꺼리도 싸줘야 하지요. 처음 싸보는 도시락이라 뭘 어떻게 싸 줘야 하나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주로 간단한 스팸 무스비를 많이 싸줬는데...캐나다에서는 우리나라 스팸 가격이 후덜덜 하답니다.
1년 넘게 도시락을 쌌더니 지금은 메뉴에 루틴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주먹밥, 샌드위치, 유부초밥, 무스비 등 간단하게 만드는 요리 위주였는데 그 후에는 볶음밥을 많이 만들었어요.
볶음밥이 얼마나 변주가 다양한지 알면 놀라실 거에요. 김치 볶음밥, 오므라이스, 카레 볶음밥, 새우 파인애플 볶음밥, 베이컨 볶음밥, 참치 볶음밥, 계란 햄 볶음밥...그날 그날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털어 볶기만 하면 되거든요. 하지만 볶음밥도 매일 먹으면 질리니까 간을 항상 달리해 주었습니다. 어떤 날은 간장으로, 어떤 날은 치킨 스톡 가루로, 또 어떤 날은 굴소스, 또 어떤 날은 멸치액젓으로, 어떤 날은 카레, 그리고 엄마의 회심의 소스, 바로 불닭소스!
이렇게 간을 하는 소스만 달리해도 볶음밥 맛이 확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항상 맛있게 먹더라고요.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니 제가 꼽는 최고의 소스는 바로 카레가루입니다. 특히 새우와 베이컨, 파인애플을 넣고 볶을 때 카레가루를 뿌려주면 베트남 식당에서 먹던 그런 볶음밥 맛이 나거든요. 재료가 야채 밖에 없다면 치킨 가루도 강추합니다.
그렇게 볶음밥 시즌 2가 지나가니 슬슬 다른 메뉴를 넣어주어야 할 것 같아 다양한 파스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바쁜 아침에 볶음밥 못지않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가 바로 파스타더라고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면은 뭐니뭐니 해도 스파게티지만 가끔은 라비올리나 마카로니, 뇨끼 면으로 파스타를 해 줘도 아주 잘 먹습니다.
식빵으로 피자를 만들어 줄 때도 있고, 소풍을 간다고 하면 김밥을 싸 주었습니다. 캐나다 아이들은 김밥을 스시라고 한대요. 그래서 큰 아이는 스시가 아니라 김밥이라고 꼭 정정해 준답니다. 그리고 김밥 한개만 줄 수 없냐고 묻는 반 친구가 있어서 김밥을 줄 때도 있다네요. 김밥은 어느 나라에서건 인기가 최고 같아요.
처음엔 도시락 싸기가 그렇게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것도 습관이 되니 점점 재미도 붙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도시락을 싹싹 비운 날에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더라고요. 큰 아이가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이 가장 기대된다는 말을 들은 후로는 더더욱 도시락에 정성을 쏟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피자 한 조각을 넣어 준 날 그렇게 실망스러울 수가 없었다는 아이의 말에 반성하는 날도 있었고요. ㅎㅎㅎ
그러나!
아이들이 방학하니 저에게도 방학이 생겼네요. 야호! 두 달간은 도시락 메뉴 고민하기에서 해방되니 너희들도 자유지만 이 엄마도 자유다!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