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omnia 2
지상의 온기를 이제 더는 기대하지 말라는 듯
겨울의 문이 반쯤 열린 계절
한때 붉은 피처럼 생생하던 장미가 고개를 숙인 채 죽어 있다
너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자연사인가.
뾰족한 가시가 허망하다
햇살이 비명을 지르고
문 너머로 고개를 살짝 내민 우울이 활짝 웃어 보인다
자아, 마침내 여행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간
누가 정한 시간표이기에
나는 이다지도 초조한 걸까
옆에 놓아둔 캐리어처럼 나는 생을 버리지도 못하고 버겁게 들고 다니는구나
방안 가득 부유하는 먼지들은
옛 조상들의 탈락한 세포
너의 과거이자
나의 미래
투명한 프레임을 툭툭 건드리는 물방울 전주곡
먼지들의 방랑을 끝낼 비가 내린다
두 번 다시는 내리지 않을 것처럼 단호하게,
기약 없는 약속처럼 야속하게,
범람하는 강물처럼 아슬하게,
먹물처럼 짙어지던 어둠이 스스로에게 질린 듯 무겁게 침묵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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