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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Oct 23. 2024

불면 2

insomnia 2

지상의 온기를 이제 더는 기대하지 말라는 듯

겨울의 문이 반쯤 열린 계절


한때 붉은 피처럼 생생하던 장미가 고개를 숙인 채 죽어 있다


너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자연사인가. 

뾰족한 가시가 허망하다

햇살이 비명을 지르고 


문 너머로 고개를 살짝 내민 우울이 활짝 웃어 보인다


자아, 마침내 여행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간


누가 정한 시간표이기에 

나는 이다지도 초조한 걸까

옆에 놓아둔 캐리어처럼 나는 생을 버리지도 못하고 버겁게 들고 다니는구나


방안 가득 부유하는 먼지들은 

옛 조상들의 탈락한 세포

너의 과거이자

나의 미래


투명한 프레임을 툭툭 건드리는 물방울 전주곡


먼지들의 방랑을 끝낼 비가 내린다


두 번 다시는 내리지 않을 것처럼 단호하게, 

기약 없는 약속처럼 야속하게,

범람하는 강물처럼 아슬하게,


먹물처럼 짙어지던 어둠이 스스로에게 질린 듯 무겁게 침묵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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