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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May 02. 2022

불면

insomnia

켜켜이 쌓인

기억의 먼지들,

상처 입은 영혼은

화강암처럼 단단하다


팔레스타인의 이름 모를 광야처럼

황폐한 정신은

전두엽 깊이 박힌

콩 알 만한 해마에 불과한데,


굴러다니는 자갈처럼

고독은 깔깔한 맛


가끔, 아주 가끔

내 영혼에도 단비가 내려

호수도 되고 강도 되고

그 안에서 날쌔게 헤엄치는 송사리 떼

잡아보려 애를 써 보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허무의 물


의식은 자꾸 부식된다


찬란했던 버마의 사원도

지금은 화석이 되었다


심장이 돌처럼 굳어지는

불치의 병

그렇게 밤을 지새우기를

수백 번,

수천 번,

스스로 화석이 되는

연습의 시간






* 커버 이미지: 존 화이트 알렉산더, Miss Dorothy Quincy Roosevelt, 1901~1902, 댈러스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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