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다큐멘터리에서 러시아에서 만든 우주 정거장에서 우주인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가장 재미있게 본 것만 지금껏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건 바로 우주인들의 화장실 생활이다. 중력이 없어 무엇이든 둥실둥실 떠다니는 우주 정거장, 특히 화장실에서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똥과 오줌이 둥실둥실 떠다니게 될 터이니 과연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은 이 중차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지 어린 나이에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결론은 충격이었다. 오줌은 모아서 처리하는 듯했고 똥은 진공 포장하여 우주에 버린다는 것이었다. 우주에 버린다니, 아무리 우주 공간이 넓기로써니 똥을 그냥 버린단 말인가.
그 후로 나는 우주 공간에 떠도는 똥에 대해 종종 생각했다. 은색의 알루미늄 같은 포장지에 고이 담긴 똥이 광활한 우주를 떠다닌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참으로 묘했던 것 같다. 때때로 우주의 똥으로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우주에 둥실둥실 떠 다니다가 우주 미아가 된 우주비행사가 자신이 싼 똥 주머니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그 마저도 반가워서 눈물을 흘린다거나, 우연히 옆으로 지나가던 소행성에 달라붙은 똥이 소행성과 함께 여행하다가 또 우연히 지구와 비슷한 별에 떨어져 드디어 대지에 품에 안착하게 된다거나, 그 별에서 똥에 살고 있던 균들이 적응에 성공하고 수억 년 수십억 년 진화를 거듭해 스타워즈에서나 볼 법한 우주 종족이 생겨난다거나 등등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상상과 공상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는 수십 년 후에 알았다. 실제로 우주 정거장에서 발생하는 오줌은 정화 장치를 통해 우주인들이 마실 수 있도록 물이 된다고 한다. 똥의 경우 동결 건조하여 진공 포장한 뒤 훗날 지구에 귀환할 때 가지고 와서 처리한다고 한다.
국제우주정거장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자 왠지 허무하기도 했지만, 지구에서 생겨난 똥이 다시 지구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안도감도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똥이나 오줌을 우주 밖으로 투척하게 되면 우주 공간을 유영하다가 점점 속도가 붙고 나중에는 총알만큼 빨라져서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에 충돌해 큰 사달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한가롭게 떠도는, 우주의 방랑자 같은 똥의 이미지는 그저 어린 나의 무지한 상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처리는 250억 원짜리 화장실을 가진 우주정거장의 이야기이고, 우주인들이 우주복을 입은 채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MAG(Maximum Absorbency Garment)이라 불리는 기저귀를 찬다고 한다. 우주복은 탈부착하는데도 한 시간 가까이 걸리고, 일단 우주복을 입고 우주정거장의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 지구에서는 쉽게 하는 일, 예를 들어 볼트를 끼워 돌리기 등, 조차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용변을 보는 일에 있어 자유롭지 않아 기저귀를 찬다. 그런데 이 기저귀의 최대 이용 시간이 6-7시간이라서 NASA에서는 이 용변 처리 문제가 상당히 골치 아팠다고 한다.
NASA 에서 개최한 Space Poop Challenge 포스터
그래서 실제로 NASA에서는 2016년에 상금 3만 달러를 내 걸고 'Space Poop Challenge', 즉 우주에서 최대 6일 이상을 버틸 수 있는 똥 처리 아이디어 대회를 연 적이 있다. 아이디어 상은 총 3팀에게 돌아갔다.
그중1등은 공군과 외과의사가 팀을 이룬 “회음 접근 & 배출 시스템(MACE Perineal Access & Toileting
System)” 팀에게 돌아갔고 이들은 1만 5천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이 방법은 쉽게 말해 우주복에 구멍을 만든 것으로, 구멍에서 공기가 세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 기술인 듯하다. 날고 긴다는 과학자들도 우주에서 배변을 처리하는 데에는 획기적인 방법이 딱히 없는가보다.
대회 우승자들
우주인의 배변 문제는 과학자들의 손에서 전문경영인들의 손으로 건너갈 것 같다. 원래 국제 우주정거장은 2024년 임무를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NASA에서 우주정거장을 우주 관광 등 민간 용도로 개방하겠다고 2019년에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국제 우주정거장에서의 하룻밤 숙박 비용은 약 3만 5천 달러 정도로 추산했는데 여기에 공기나 화장실 사용료는 포함되지 않은 비용이란다. 숙박비용 보다 더 비싼 건 우주정거장까지의 수송선 사용료인데,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 X가 바로 수송선 중 하나이다. 스페이스 X는 NASA와 총 6번의 수송을 계약하고 2020년 11월을 시작으로 NASA 소속 등 우주인들과 민간인들을 꾸준히 우주정거장으로 수송중에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24년이면 민간 관광객을 달에 보낼 수 있을 거라고도 야심 차게 발표 한 바 있는데, 한 번의 우주여행에 약 6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내고 가는 승객들의 배변 문제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세계 최고의 부자들을 상대로 하는 관광 서비스이니 만큼 아무래도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처리되고 있지 않을까? 기업의 기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변기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된 이 변기는 하나당 250억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