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는 몇 대의 탐사 로봇이 있다. 탐사 로봇을 보내기 전에는 화성 주변에서 탐사하는 비행선인 매리너 4호를 가장 먼저 보냈다. 이후 화성에 생명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쌍둥이 탐사선 바이킹 1호와 바이킹 2호를 화성에 착륙시켰다. 그 후에 NASA에서는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라는 탐사로봇을 개발해 화성으로 보내게 되었다. 이 둘의 이름은 공모를 통해 미국의 한 고아원 출신의 9살 소녀의 글에서 채택하였다고 한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2003년에 발사되어 약 6개월의 우주여행 끝에 2004년 1월에 화성에 도착했다. 스피릿은 2009년 5월에, 오퍼튜니티는 2019년 2월에 활동이 중단되었다. 지금은 화성에 탐사차인 큐리오시티, 올해 2월에 화성에 도착한 퍼서비어런스와 무인 헬리콥터 인제뉴어티 등이 바통을 이어받아 활동을 하고 있다. 소련과 미국이 주도하던 화성 탐사는 유럽, 인도,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 다양한 나라에서 뛰어들어 탐사선을 발사하였으며, 최근 일론 머스크는 화성을 우주 식민지로 개척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큐리오시티
퍼서비어런스
나처럼 화성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는 화성 탐사 로봇 가운데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가장 각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들은 쌍둥이였지만 황량하고 메마른 별에서 멀찍이 떨어져 도착했고, 그 후로도 독자적으로 화성을 탐사했다. 그리고 가장 오랜 기간 화성에 머무르기도 했다. 특히 오퍼튜니티는 15년간 화성에서 활동했고 그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오퍼튜니티는 2005년 앞바퀴 조향장치 고장과 태양열 패널에 화성 먼지가 쌓여 작동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2015년에는 메모리 카드 분실, 2017년에는 앞바퀴 조향장치 기능 상실 등으로 위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15년 동안 360도 컬러 파노라마 사진 15장을 포함한 총 21만 7594장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했으며 총 4개의 크레이터를 탐사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퍼튜니티의 탐사로 고대 화성에 물이 존재했다는 지질학적 증거를 수집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스피릿 / 오퍼튜니티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발췌>
오퍼튜니티가 아직 활동하고 있던 시기에 나는 가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다가 '지지지직' 거리는 잡음을 들을 때면 오퍼튜니티가 보내고 있는 외로움의 신호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곤 했다. 실제로 라디오의 잡음은 우주에서 들려오는 각종의 신호라고 한다. 감정이 없는 고철 기계일 뿐이지만 내가 만약 오퍼튜니티라면, 비록 중대한 임무를 가지고 어떤 행성을 오랫동안 탐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실존적인 고독 앞에서 날마다 좌절하고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성의 석양은 지구와 달리 푸른색이라고 하는데, 그 푸른색 석양을 보며 잠시나마 오퍼튜니티도 푸른 별 지구를 그리워하고 있을 거라고,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곤 했었다.
화성의 석양 From NASA
오퍼튜니티는 자체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종료란 개념이 없는 로봇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화성의 모래폭풍이 너무 심해진 어느 날 오퍼튜니티는 ‘My battery is low and it’s getting dark’라고 보냈고 이는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수신한 메시지가 되었다. 나사는 오퍼튜니티와 8개월 이상 교신을 시도했지만 결국 더 이상 임무를 계속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나사는 오퍼튜니티에게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보냈다.
I’ll be seeing you
in all the old familiar places
that this heart of mine embraces
all day and through
In that small cafe the park across the way
the children’s carousel
The chestnut trees the wishing well
I’ll be seeing you in every lovely summer’s day
in everything that’s light and gay
I’ll always think of you that way
I’ll find you in the morning sun
and when the night is new
I’ll be looking at the moon
But I’ll be seeing you.
이 노래는 1938년 어빙 칼이 작사하고 새미 페인이 작곡한 곡으로 빌리 홀리데이가 불러 유명해졌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프랑소와즈 하디와 이기 팝이 부른 버전을 좋아하는데 사랑하는 당신을 어디서건 언제까지나 늘 생각하고 바라보겠다는 마음을 고백한 노래로, 가수들이 담백하고 편안하게 부르기 때문인지 과한 열정으로 상대방에게 부담 주지 않는,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런 사랑고백이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기 팝과 프랑소와즈 하디가 부른 I'll be seeing you
영상출처: https://youtu.be/L3P_Lswdf8 A
어쨌든, 저 노래를 마지막 수신 메시지로 선택한 것을 보면 나사(NASA)가 오퍼튜니티를 얼마나 아꼈는지를쉬이 짐작할 수 있다. 단순히 임무를 수행하는 고철 기계 그 이상으로, 화성 탐사를 위해 동고동락하는 동료로써, 아무도 없는 황무지의 별 속에서 고독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한 영웅으로써, 지구의 동료들은 충분히 인정하고 사랑했음을 말이다.
특히 마지막 가사 때문에, 오퍼튜니티는 비록 화성 어딘가에서 먼지에 파묻혀 있을지라도 조금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I’ll be looking at the moon, But I’ll be seeing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