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서늘해진 가을 공기를 느끼며
이맘때쯤 공기가 낯설다.
어제보다 서늘해진 공기에 코끝이 차갑게 마른다.
피부가 바짝 마르고 입술 주변엔 각질이 일어난다.
겉옷을 챙기며 출근하는 아침 길은 어제와 다른 느낌이다.
이 공기는 외롭게 공부하던 수능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눈칫밥을 먹으며 서럽게 버티던 취업준비생 시절을 기억하게 한다.
대부분의 수험이 11월 무렵부터 시작되어서인지
10월 이맘때쯤의 공기는 서럽고 외롭다.
생각해보면 나의 서러움은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시기에 찾아왔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고독감은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우울감은 목표를 위해 집중하는 촉진제였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그때의 기분들은
삶이 안일해질 때마다 불쑥 심장가까이 내려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서러움 다음에 오는 성취감은 짧게 뇌리에 스치는 전율이었다.
짧은 충격을 반복해서 줄 때
마약처럼 그 충격에 중독되는 실험쥐처럼
왜 나는 삶을 채찍질하며 내일을 살고 있을까.
나의 내일엔 언제나 갈증이 있다.
무료한 삶보다 감정이 굽이치는 삶이 더 생동하다.
찰나의 성취감을 위해 서러워야하는 계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