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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넷맘 Feb 14. 2019

세쌍둥이 수면교육에 성공하다.

엄마들의 가장 큰 착각은 자기 아이가 가장 예민하다는 것.


관찰을 반복하자 아이들의 성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1호는 비교적 기질이 순했고 잠투정이 가장 적고 칭얼대는 게 짧았다. 2호는 예민하고 엄마에게 의존적이었는데 한번 자면 가장 오래 잤지만 너무 졸리지 않을 때 재우면 잠투정을 했다. 3호는 사회성이 뛰어난 반면 잠투정이 심했고 낮잠도 가장 적게 잤다.          






수면 교육은 엄마의 인내심 싸움이다. 엄마들의 가장 큰 착각 중에 하나는 자기 아이가 가장 예민하다는 것이고, 바로 그 착각은 수면 교육을 쉽게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큰애를 키웠을 때 나는 아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육아의 모든 고비마다 예민한 아이를 탓했고 유별난 아이 때문에 육아가 더욱 힘들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이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은 다르다. 세쌍둥이만 보아도 다소 순한 기질을 타고난 아이가 있는가 하면 큰애처럼 예민한 아이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기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의 인내심이다. 인내심이 있는 엄마라면 아무리 예민한 아이도 수면 교육에 성공할 수 있다. 단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느냐 덜 걸리느냐의 차이뿐이다.  

   

《똑게육아》, 《베이비 위스퍼 골드》 등 시중에 있는 수면 교육에 대한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하지만 그 책들은 대부분 한 아이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 세쌍둥이에게 적용하기에는 다소 괴리가 있었다.      

그래서 세쌍둥이는 어떻게 재워야 하는데?

세 아이 모두 우는데 도대체 어느 아이부터 재워야 하는 건데? 한 아이가 자는데 다른 아이가 운다면 같이 재워야 하나? 아니면 따로 재워야 하나?

책을 읽어도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 어떤 책도 내게 명쾌한 해답을 안겨주지 못했다. 그래서 현실에 부딪혀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일관된 수면 환경을 조성했다. 잘 공간, 놀 공간을 확실히 분리시켜 아이에게 자는 방에 들어가면 곧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었고 자는 방에서는 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잠을 방해할 만한 물건들은 모조리 치우고 암막 블라인드를 달아 방을 최대한 어둡게 만들었다.      


수면 교육 초기에는 한 방에 개인 침대를 각각 만들어주어 아이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깨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 서로의 울음소리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 방에서 재우되 각자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실 수면 교육을 시도하기 전 아이들은 서로의 울음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깨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쌍둥이의 경우 서로의 울음소리가 잠에 방해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방에서 재운다는 글을 종종 보았다. 하지만 큰애를 키우면서 조용하게 키우는 게 얼마나 아이를 예민하게 만드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울거나 중간에 깨더라도 한 방에서 재워 서로의 울음소리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수면 환경은 비단 외부적 환경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기 전 목욕을 시켜주는 것, 매일 같은 시간 잠자리에 들고 똑같은 자장가를 틀어주며 일관된 수면 의식을 행하는 것, 규칙적인 하루 일과를 만드는 것 등이 바로 수면 환경 조성의 포괄적인 의미였다.  

   

첫 돌까지는 세쌍둥이를 아기 침대에 각각 재웠다. (동영상)



그럼 어떻게 재울 것인가? 수면 교육 초기, 나는 아이들을 재우는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를 침대에 눕힌 뒤 울려서 스스로 자게 하는 퍼버법을 활용하고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퍼버법이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 자는 훈련을 빨리 시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어느 육아 블로거의 이야기처럼 동화책을 읽어준 뒤 자장가를 불러주고 뽀뽀를 쪽 하고 아이 방에서 나오 면 5분 안에 아이가 잠드는 그런 마법 같은 기적은 적어도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는 나에게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허구같이 들렸다. 아이들을 눕히고 5분, 10분, 30분, 한 시간이 지나도 울음이 멈추지 않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었다.     

 

그 고통의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를 안아서 어느 정도 선잠을 재운 뒤 눕혀서 재우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문제는 세 아이를 매일 안아서 재우는 일이었다. 허리와 손목에 최대한 무리를 덜 주기 위해 나는 짐볼에 앉아 흔들흔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아이를 재우는 방법을 선택했다. 짐볼 재우기에 있어 중요한 건 바로 아이를 눕히는 시점이었다. 짐볼로 5~10분 스윙을 해주면 아이 눈이 스르르 감기는데 푹 잠들지 않은 그때 눕히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한번 눕히고 나서는 아이가 다시 깨서 울어도 스스로 잠들도록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세 아이가 동시에 울어댄다. 당황한 마음에 손에 잡히는 아이부터 재우기 시작한다. 품에 안긴 아이는 곧 조용해졌지만 나머지 두 아이의 간절한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고통스럽다. 그러나 품에 안긴 아이는 잘 생각이 없나보다. 안아준 지 30분이 흘렀건만 도통 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50분 가까이 안고 있으니 그제야 아이가 잠을 청한다. 뒤늦게 거실로 가보니 한 아이는 어느새 울다 지쳐 잠이 들었고 나머지 아이는 이제 울음도 나오지 않는지 가슴을 가쁘게 벌렁대고 있다.     

 


아이들을 관찰해야 했다. 아이들이 어떤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과연 누구부터 재워야 할지 나만의 우선순위를 만들어야 했다. 하루하루 아이들을 기록했다. 아이들의 표정 하나도, 작은 울음소리도, 그 울음을 시작한 시간도… 이 모든 것을 기록했다. 그러자 아이들의 성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1호는 비교적 기질이 순했고 잠투정이 적고 칭얼대는 게 짧았다. 2호는 예민하고 엄마에게 의존적이었는데 한번 자면 가장 오래 잤지만 너무 졸리지 않을 때 재우면 잠투정을 했다. 3호는 사회성이 뛰어난 반면 잠투정이 심했고 낮잠도 가장 적게 잤다.      


아이들에 대한 기록을 반복하자 자연스럽게 누구를 가장 먼저 재워야 할지 조금씩 감이 왔다. 하지만 이것 또한 상황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1호가 비교적 잠투정이 없는 아이라 해도 그날따라 너무 졸려 하는 베이비 사인을 보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돌까지 매일 기록한 육아 일지들>





수면 교육은 상호적인 것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보내는 베이비 사인을 통해 아이가 졸리다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일정한 수면 환경을 통해 아이에게 ‘그래, 지금 자는 시간이야’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바로 수면 교육이다.

베이비 사인에는 단계별 유형이 있는데 1단계는 하품하기, 눈 비비기, 귀 잡아당기기 등이 있고, 2단계는 놀이를 하다가 흥분하는 경우, 많아지는 웃음, 소리 지르기 등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칭얼칭얼대는 울음, 짜증 섞인 울음, 엄마 품 파고들기 등이 있다.     

 

엄마는 아이가 보내는 베이비 사인을 적절히 캐치하여 1단계, 적어도 2단계의 베이비 사인을 보였을 때 아이를 재우는 것이 좋다. 만약 3단계까지 간다면 재우는 시간은 곱절로 늘어날 것이며 아이의 잠투정도 심해질 것이 다. 따라서 1호가 비교적 잠투정이 없는 아이라 해도 그날따라 너무 졸려하는 베이비 사인을 보냈다면 기질보다는 베이비 사인에 우선순위를 두어 어떤 아이를 먼저 재워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독박 육아를 시작한 그날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듯 치열했던 기억, 단 1분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기억, 아이들이 한꺼번에 울 때마다 진땀을 흘리며 고군분투했던 기억. 한 아이를 품에 안고 나머지 두 아이는 각각 바운서에 눕혀 양발로 바운서를 흔들며 우는 아이들을 달랜 적도 많았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목이 터져라 울어대면 셀프 수유 쿠션을 착용시켜 백일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스스로 분유를 먹도록 했다. 재우기 전에는 잠시 소리 나는 모빌을 틀어준 뒤 세 아이를 씻기고 입히기를 반복했고, 하루 종일 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아이들을 관찰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셀프 수유 쿠션은 당시 나에게 제 2의 손이었다.


지금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일상들을 당시에는 힘들다는 생각도 못하고 그저 이어나갔다.

당시 내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해야 한다는 것, 그 한가지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무작정 현실과 부딪혔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리고 마침내 수면 교육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아이들은 조금씩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세 아이가 밤새 거의 깨지 않고 잔다는 것은 큰애를 키웠던 시절에는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유토피아 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유토피아는 어느새 현실이 되어 있었다.   




  


큰애를 키울 때 나는 수면 교육이 무엇인지 몰랐다. 아이 울음의 의미, 먹고 놀고 잠자는 아이의 패턴, 하루 일과, 재우는 방법 등 육아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운다는 건 조심스럽고 힘든 과정이었다. 더구나 모유만 먹였기 때문에 아이가 울면 아이가 왜 우는 것인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급하게 젖을 들이밀기 바빴다. 아이가 우는 이유를 모르니 육아는 힘들었고 수면은 항상부족했다.     


그렇게 큰애를 키우면서 절실히 깨달은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첫째를 둘째처럼 키우라는 것이다. 

당시 무지했던 나는 못했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첫째를 키우고 있다면 나는 진심을 다해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첫째를 둘째처럼 키워보라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육아를 해보라고.      


엄마에게 육아는 거대한 산과도 같다. 한 고개, 두 고개, 세 고개 힘들게 오르지만 곧이어 또 다른 고개와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산. 그러나 길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양육자인 엄마 자신뿐이다. 그 길이 지름길이든 둘레길이든 내 아이에 대한 육아의 정답은 오직 엄마만이 찾을 수 있다.      


안타깝지만 절대적인 수면 교육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아이마다 타고난 기질이 다를 것이고 아이를 둘러싼 환경 또한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수많은 변수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 아이에 맞는 육아의 정답을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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