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승호 Apr 22. 2024

 새로운 출발

단편소설


화려한 꽃도 언젠가는 진다.



은태는 기술원 정문을 나선다.


4개월 특성화 직업훈련 교육과정을

마치고 기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새로운 출발이다.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여보! 얘들아!

아빠 왔어하며 큰 소리로 부른다.

모두들 무슨 일이냐 듯 쳐다본다.

자격증이 들어있는 노란 봉투를

아내에게 건넨다.

꺼내 보더니 시큰둥하게 잘했네요 한다.


여보 반응이 왜 그래?

요즘 자격증 홍수시대 아니야?

애도 아니고 흥분하지 말고

취업해서 적응이나 잘해.


은태는 S기업에 다니다

3년 전에 명예퇴직을 했다.

대기업 근무경력 때문에

재취업은 쉽게 되지만

적응을 못해 두 달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이곳저곳 옮기기 바쁘다.


은태는 학창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재다.


하지만 S기업에서 실적 부진으로 

임원에 오르지 못하고 

명퇴한 것에 대하여 한이 맺혀 있다.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여 

어느 직장에서도 적응을 못하고 있을 때

기술원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 정복이가 찾아왔다.


은태야 너나 나나 

지금까지 경쟁만 하면서 

살아온 세대 아니냐?

우리는 현실을 슬기롭게 풀지 못하면 

응어리를 가슴에 안은 체 

평생을 살아야 돼.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서 살자.


까짓것 임원 되는 것이 이 세상에서 

제일 성공한 것은 아니잖니?

우리 기술원에 와서 

새로운 분야를 배워 새롭게 출발해 봐?


너도 알다시피 요즘 세상은 

한 가지 기술과 전공으로는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어.

이제는 평생학습이라고 하지 않니?

하다 보면 본인도 몰랐던 

소질을 발견할 수도 있다?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

초고령화 시대에 제2의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어.

잘 생각해 봐?


그리고 나이 들어 

주인의식이 뚜렷해야 할 사기업보다 

주인의식이 조금 헐렁해도 괜찮은 

관공서로 취업을 하면 

응어리도 풀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까?

아무튼 내 생각은 그래.


은태는 정복이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기술원 교육 과정에 참여하여

조경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은태는 컴퓨터를 켜고

매일매일 관공서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채용 공고가 올라왔는지 확인을 한다.


연초가 되면 모든 기관에서

기간제 및 촉탁직을 모집한다.

이때를 놓치면 

일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가끔씩 결원이 생기면 채용을

하기도 하지만 그때는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

연초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게

취업 성공의 지름길이다.


여보 오늘 면접하고 실기 시험 날인데

뭔 옷을 입을까?

글쎄? 순수하게 노동을 연상케 하는

잠바와 운동화 스타일이 좋지 않을까?

아니 그래도 대기업 출신에다

조경 산업기사 체면이 있지?

그냥 내가 골라 볼게?

그래?

 아닌 것 같은데?

뭐 알아서 하든가?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가 떨어지면~

아이고 원망 듣기 싫어요.


은태는 평상시 즐겨 입는

명품 재킷과 구두를 신고

면접 대기실에 들어서면서

어깨를 으쓱하며 거드름을 피운다.


78번 송은태 선생님 네

면접 보조원이 손짓과 함께

조용히 면접실로 안내를 한다.


 면접관 세 명이 앉아 있는데

모두 나보다 어려 보인다.

이 정도 면접은 자신 있어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본다.


전 직장에서 무슨 업무를 담당했는지?

지원하게 된 동기?

조경 업무에 관한 질문 등을

나름 소신 것 답변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막노동을

할 수 있겠어요?라고 묻고

대답도 들어보지 않고

나가도 좋습니다.라고 한다.


은태는 엉거주춤 일어서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면접실을 나온다.


실기 시험장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모두들 힐끔힐끔 쳐다본다.

왜? 뭐가 묻었나?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고

재킷을 툴툴 털어본다.


송은태 선생님 예초기 앞으로 오세요.

예초기 앞에 서는데

시험 감독관이 위아래로 한번 훑어본다.

예초기 다루어 보셨나요?

교육기관에서 서너 번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예초기는

내가 다루어 보았던 것하고 다르네요?

그럼 시동을 걸지 못하겠네요? 글쎄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분 오세요.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영 찝찝했다.

아내가 현관문을 열어주면서

분위기를 살핀다.

아니구먼~ 그럼 첫술에 배부르랴?

아직도 두 군데 더 면접이 있으니

연습했다 치고 얼굴 펴.


며칠 후 결과는 꽝!

월요일 연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