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승호 Jun 10. 2024

배부른 2등

단편 소설

하산 길은 약수터가 있는

 서쪽 등산로를 택했다.


중간지점에 있는 약수터

  입구에 들어섰을 때

뒤에서 누가 어깨를 툭 치면서

아들 딸에게 무슨 일 있어요? 한다.

101호 아저씨다.

아니요?

그럼 왜 주문을 외듯이

아들 딸 아들 딸 하면서

 내려가는 거요?


아! 네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101호 아저씨와

약수터 파고라에 걸터앉는다.


언제 이사하세요?

다음 주에 합니다.

 저희는 이번 주말에

용인 수지로 갑니다.


 수지는 전철이 두 노선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고 하던데?

네 교통은 편리합니다.


가는 것보다 다시 못 온다는

 아쉬움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1,2호 줄에서

저희만 돌아오지 못해서

 더 가슴이 아픕니다.

자식들 볼 면목도 없고~


아 그래서 아까 하산길에

아들 딸을 반복하면서 내려오셨군요?

네 나도 모르게

그 소리가 나왔나 봐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남과 비교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상대 씨도 그렇게 못 살지는 않잖아요?

여기가 워낙 부촌이라 그러지~

안 그래요?


상대적 박탈감이 아닐까요?

상대 씨가 수지로 가면 여기서와

정반대 입장이 될 수도 있어요?

부자 기분 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긴 해요.

저 어렸을 때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어린 마음에 부자 흉내를

 내 본 적이 있어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는 되었거든요.

그래서 어릴 적

 친구들이 성공하면

나를 찾는 전화가 오기도 해요.


잘 살았던 나에게 폼을 내면

자신들의 존재감과 자존심에 대한

일종의 보상 심리가 작용하나 봐요?


내가 일등 인생이 아니고

2등 인생이다 보니 더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같은 일등이면

전화를 하거나 찾아올까요?


그런 친구들이 전화 오면

기분은 좋지 않아요.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글쎄요?

좋은 쪽으로 생각하세요.

아무튼 상대 씨도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니

너무 높은 곳만 바라보지 말고

두루두루 보는 시각을 가져 봐요?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흥부의 부자 됨을 시샘하는

놀부 심보를 가슴에 품고 있나 봐요?


아버지는 몰라도 어머니는

흥부 마음씨를 가지셨던 분인데~

어머니께서 떨어지는

달을 받은 태몽을 꾸셨데요.

그래서 만년 2등인가 싶기도 해요?

태양을 받았어야지

일등 인생인데 말이죠?

그냥 답답해서 하는 말입니다.


달을 받은 태몽도 좋은데요?

상대 씨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세상에는 3등도 있고요?

꼴찌도 있어요?


이런 말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강북 아파트 재건축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50% 정도랍니다.

일등을 추구하는 위선자들 때문에

벌어진 슬픈 현실입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앞장서고~

위선자들은 선동하고~

눈앞에 돈만 보고 손뼉 치다가

자기가 쫓겨나는 줄도 모르고~

  결국은 돌아오지 못하고~

나중에야 후회하면 뭐 합니까?

물질 만능주의가 만들어 놓은

  비참한 현실입니다.


도심에는 부자들만 살고~

가난한 자들은 분담금을 못내

도시 외곽으로 쫓겨나고~

 열악한 일자리이지만

직장이 도심에 있다 보니

할 수 없이 긴 시간 동안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해야 되고~

맹목적으로 쫓는 일등주의가

낳은 현실입니다.


아이고 상대 씨를 위로한답시고

내가 너무 흥분했나 봐요?


아니오 괜찮습니다.

일등만 생각하는 배부른 2등이

투정 부린 것 같네요?

진정한 일등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약수 같은 말씀에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약수터에 또 올 수 있을까요?

또 올 수 있을 겁니다.

아저씨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날을 기약하며

이제 그만 내려갈까요?


이사하는 날 아침부터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무사히 잘 끝났다.



이전 03화 인조의 굴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