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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호 Jun 17. 2024

왼쪽 가슴에 손수건 달기

이야기

아궁이


가장 오래된 기억은 

 국민학교 입학 전

 골목에서 또래친구한테 얻어맞고

 울면서 집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는데

 엄마가 친구들끼리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외면하시던 모습이다.


그 무렵 우리 집은 초가집이었는데

대문도 없고 입구에 

본채와 떨어진 변소가 있었으며

부엌 하나에 마루가 딸린 방 두 칸과

뒤꼍 쪽으로 쪽방이 하나 있는

집이었다.


동생들이 태어나면서

다른 집터에 새로운 기와집을 짓고

이사를 갔는데 고등학교에 다니던

삼촌이 운세가 맞지 않다고

그해가 다 가도록 들어오지 못했다.


전기불은 국민학교

5학년때 들어왔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밝은 불빛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그때의 초가집은 없어졌고

기와집은 지금도 남아있다.


※ 왼쪽 가슴에 손수건 달기


아랫집 사는 만식이는

 덩치는 소만하하고 

공부는 지질히 못하고

 싸움만 잘하는 친구였다.

골목대장 노릇을 하면서

애들을 마구 때렸다. 

개구쟁이가 아니라

 말썽꾸러기였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옷소매 끝이 콧물을 하도 닦아서

반질반질했다.

여자애들 앞에서는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 정도였다.

그래서 남자애들은 

맞지 않으려고

여자애들 뒤로 숨기도 했다.


손수건을

국민학교 입학식 때부터 

1학년 끝날 때까지 

달고 다녀야 한다.

보통 하얀 손수건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접어 

옷핀으로 달았다.

손수건을 달고

서로 한쪽 손을 잡고

선생님이 하나! 둘! 하면

우리들은 셋! 넷! 하면서

발을 맞춰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양실조 때문에 콧물을 

많이 흘린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가난한 아이들이 

콧물을 더 많이 흘렸다.

가슴에 달고 있는 손수건은 폼이고

옷소매가 대신했다. 


 ※ 마을 학생 반장제도  


우리 동네 마을회관은 

마을 입구에 있었다.

다시 말해 등굣길 시작점이다.

등교 시간이면 

모든 학생들이 회관 앞마당에 모인다.

100여 명이 모이면 아수라장이다.

 먼저 저학년부터 4열 종대로 세우고

뒤쪽에는 고학년 학생들이 선다.

호루라기를 불면서 학생반장이

인솔하는데 마을 사람들에겐

미래의 희망으로 보였을 것이다.


"마을 반장"

마을에 거주하는 국민학생 모두를 

등교 시간에 집합시켜 

질서 있게 인솔하는 사람

(그 마을에서 책임감 있는

 고학년을 학교에서 지명했다.)


왜 이런 제도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길도 험하고 먼 곳에서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있어 사고 예방 차원에서

도입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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