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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Apr 22. 2022

일상 회복

참 오랜만에 팀원과 마주 앉아 저녁을 먹었다. 팀에 변화가 있어서 할 말이 많았는데 퇴근길에 서서 한참 얘기 나누다가 배가 고파져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는 업무상 특히 더 회사 지침에 솔선수범 해야 하는 부서이다 보니 밀접하게 협업하는 사이임에도 말이 나올까 봐 함께 식사 한번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나도 입이 터져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내가 쏘겠다며 식사를 제안하게 된 것이었다.


쏘겠다고 했는데 가게 된 식당은 소박하게도 코로나 이전 우리가 같이 야근할 때 자주 갔던 칼국수집이었다. 식당은 여전했고 반가웠다. 즐겨먹던 메뉴를 시키고선 물을 마시려 마스크를 벗었는데...


어머. 마스크 없이 서로를 마주 본 순간 너무도 어색했다! 밑 낯을 내보인 느낌? 목욕탕에서 처음 만난 기분이랄까? 늘 최측근에서 같이 고생해온 사이인데 2년 넘게 가렸던 얼굴을 정면으로 드러내는 게 이리도 생경하다니. 아니 이 부끄러움은 뭐죠? 왜 민망하죠? 그동안 마스크 속에서 많이 야위었구나. 하하. 마스크를 벗었지만 손을 마스크 삼아 얼굴 가리며 수줍어하는 모습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터졌다.


그래. 예전에 우리 이렇게 자주 밥 먹고 술 먹고 했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마주하고 식사와 담소를 나누는 그 작은 순간이 따스했다. 뜨끈한 칼국수 국물도 여전했고 환상의 궁합 칼칼한 겉절이도 맛있었다. 평범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오물거리며 서로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마스크 안에 감춰졌던 표정, 업무와 개인에 파묻혀 있던 마음이 선명히 보인다. 어딘가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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