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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Apr 05. 2024

환대하는 마음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둘째 아이는 학교생활의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나 보다.


퇴근하고 집에 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오르는 대로 꺼내 놓는 딸.


한 번은 첫 국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자기소개와 함께 시 한 편을 낭송해 주셨다며 그 시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난 평소 시와는 거리가 멀어 알지 못했던 시였는데, 아이가 읽어주는 것을 들으며 평소 내가 하는 생각과 비슷하기도 했고 사람을 만나는 일의 소중함을 들려주는 것 같아 감동을 받았다.


그 시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었다. (나는 몰랐던 상당히 유명한 시)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나 역시 사람과 교류하는 일은 그 사람과 나의 역사를 교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래서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역사를 나누지 않으면 특정 거리 이상 가까워지지 못한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그만큼 헤아릴 수 있는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들의 역사를 다 알기도 어렵다. 다만 그런 생각하에 있다면, 사람에게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살아온 인생, 그만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사람에게 관대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누군가에 대해 쉽게 짐작하고 함부로 단정 짓지 않게 되지 않을까.


각자의 과거, 현재, 미래와 함께 만난 선생님과 아이들이 1년 간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기대된다. 첫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이 시를 읽어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다.


새롭게 만난 아이들을 열린 마음으로 환대하시는 그 마음이 시 한 편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전해지다니, 이런 게 시의 힘인가 보다. 멋진 시를 아이에게서 듣게 되어서 기쁘다.


사진출처: J Lee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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